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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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2024년1월)_2

  • 2024-01-29 18:47:06
  • 정영미
  • 조회수 : 51
가족들의 환갑 축하 이벤트
 
나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옛날 같으면 잔치를 성대하게 펼쳤겠지만 평균수명 백세 시대를 맞아 환갑이라고 떠들면 실없는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그래서 어디서든 환갑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가족이 환갑잔치를 마련해줘서 기쁨과 감동을 얻었다. 평소의 내 생일은 외식을 하는 것으로 넘어갔는데 환갑은 가족이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서 길이 남을 추억을 선사해줘서 감개가 무량했다.
환갑 날 아침에 아내로부터 간단한 생일밥상을 받고 출근해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거실 천장에 큰 풍선이 달려 있고 벽면에는 나의 사진을 담은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큰 종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장의 풍선에는 “축, 환갑. 박 씨 일가 대장 박정도 님 환갑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이 집안의 모범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벽면 현수막에는 예쁘게 꾸민 내 사진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황금빛 봄날을 응원합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종이 상자를 여니 지폐가 들어 있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족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갑을 축하한다고 손뼉을 쳤다. 나는 춤을 추며 기쁨과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종이상자를 펼치고 앉으니 돈방석에 앉은 모양새였다.
평소에 농담으로 돈방석에 앉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진짜로 돈방석에 앉도록 해줘서 소원이 이뤄진 셈이었다. 돈방석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나 돈을 수거했다. 전부 모으니 내 봉급의 절반 수준이었다.
돈은 가족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나머지는 용돈으로 쓰려고 넣어두었다. 가족들 덕분에 행복한 환갑을 보낼 수 있었으며 그날의 기억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아 삶을 기름지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