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95 구민백일장 산문부 장원 - 제2의 고향 북구

  • 1995-11-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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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북구
이 미 경(금곡동 한솔APT 103동 1402호)
나의 고향은 마산이다. 용마산의 정기를 받으며 맑은 바다를 접하여 살던 곳. 가고파의 고장이다. 하지만 사람이란 파묻혀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것을 떠나고 보면 알게 된다고 했던가!
결혼을 하여 마산을 떠나고 보니 나의 국민학교 학창 시절을 보낸 마산이 너무나 그리운 곳이었다. 모든 길이 낯설지 않고 거리에서 묻어나는 그리움. 보고싶은 얼굴들. 그래서 마산을 갔다 오면 부산이 더욱 싫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나에게 제2의 고향은 부산 만덕동이다. 신혼시절과 나의 딸을 낳고 8년을 지낸 곳, 처음에는 만덕이란 지명이 너무나 낯설고 촌스러워 싫어 하였고 8년 전에는 내가 살던 주공아파트 외에는 허허벌판이어서 택시도 가기 싫어 하던 곳. 하지만 지금은 시내를 나가거나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가도 구포의 고가도로를 오르며 멀리 아파트가 보이면 얼마나 편안하고 마음이 놓이는지를 모른다. 마치 친정에 들어서는 것처럼 말이다.
8년을 살면서 나는 북구와 참 많은 인연을 맺었다. 만원 한장이면 이것저것 푸짐하게 살수 있어 마치 부자가 되는 구포 시장, 또 세상살이가 힘들고 시골 냄새가 맡고 싶으면 구경가는 5일장, 또 나의 첫 정을 맺은 주공아파트 사람들. 이제는 마산 못지 않게 사랑하는 곳이다.
이제 나는 8년의 만덕 생활을 청산하고 금곡동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친구들의 왜 구석으로 들어가느냐 왜 북구를 떠나지 못하느냐는 핀잔에 멀리 낙동강이 보이고 뒷쪽으로 금정산이 자리잡은 금곡동이 배산 임수의 지형이라며 자랑한다. 꼭 내가 살던 마산처럼 낯설지 않은 곳, 안개가 자욱히 아파트 밑으로 깔리는 때나 비가 올 때 멀리 잔잔히 비를 맞는 강을 바라 보면 이 북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멋인가!
어느 일요일, 낚시를 즐기는 아저씨는 또 차 트렁크에 낚시 도구를 싣고 낙동강 제방에 간다. 억새풀과 하늘거리는 갈대, 잔잔히 흐르는 낙동강, 아저씨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듯 시름도 잊고 머리가 맑아진다.
남들은 어느 정도 생활의 기반이 갖추어지면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또는 다른 이유로 생활 수준이 나은 동래구로 떠난다. 하지만, 시골과 도시가 만나는 곳, 강과 산이 만나는 곳, 시외와 시내를 이어 주는 이곳을 나는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제2의 고향인 북구가 제1의 고향 못지 않게 발전하고 나의 그리움과 추억이 어리는 곳으로 가꾸어 보리라. 오늘따라 강은 더욱 잔잔히 흐르고 내가 앉아 있는 이 낙동강둑은 더욱 정겹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