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 동사무소 도우미를 하고 나서

  • 1999-05-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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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목소리와 밝은 얼굴로 내가 먼저 인사를

이 수 득 화명동 벽산강변 112동 1404호


한 달에 두어번 정도 봉사를 하면 된다는 통장님 권유에 화명동사무소 도우미를 신청했다.
사무장님과 동장님의 안내로 동사무소의 각 부서와 동에 대한 소개를 받고 차를 함께 나누며 도우미의 역할에 대한 교육을 간단히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 동사무소 도우미로서 맨처음 한 일이 민원인들이 들어오는 입구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거였다. 근데 왜그리 쑥스럽고 어색한지….
내가 먼저 웃으며 건네는 인사를 통해 ‘우리동민, 아니 부산시민, 나아가 한국인들의 굳은 표정이 활짝 펴졌으며…’하는 마음이었다.
도우미로서 했던 일은 주로 관계부서를 잘 모르시는 분께는 직접 담당직원에게 안내해 드리고, 몸이 불편하신분께 자리를 권해 드리고, 서식이 필요한 분께는 서식양식을 찾아드렸다. 눈이 어두워서 글자를 잘 못 보시는 분께는 대필도 해드렸는데 주로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다.
한번은 멀리 창원에 있는 아들을 대신해 전입신고를 하러 오신분이 있어 대필을 해 드렸는데 “이 동사무소는 참 친절하군요, 정말 고마워요”하고 말씀하셨을 때 어찌나 마음이 뿌듯한지…. 화명동민으로서 자부신도 느껴졌다.
사실 이사를 열 손가락을 펴야할 정도로 많이 해 봤지만 그때마다 남편에게 동사무소에서 할 신고 등을 맡겼는데 내가 직접 작성해 보니 그다지 어렵고 절차가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 도우미 활동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먼저 많은 업무로 시달리는 동직원들의 고충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자세도 그 전에 느꼈던 권위적인 분위기는 사라진 것 같았다.
민원인들의 문의에 한사람, 한사람마다 귀찮아하지 않고 상세히 답해 주던담당 직원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 민원인들의 경직된 얼굴을 통해 내 모습을 보게 되었으며, 평소에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 기타 장소에서 안내인들에게 인사를 받으면 그냥 지나쳤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가정에서 고운 목소리와 밝은 얼굴로 남편과 자녀들에게 기쁨을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