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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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음식을 먹는 즐거움 담배꽁초를 반찬으로 착각하기도…

  • 2001-06-01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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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김씨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특히 싱싱한 회 종류와 구수한 된장찌게를 좋아한다. 그것도 일상 생활 공간을 잠시 벗어나 야외나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게 된다면 그 즐거움은…! 이렇게 맛있는 음식 먹기를 좋아하지만 시력의 불편으로 그 즐거움이 반감되는 경우도 가끔씩 생긴다. 식사 마친 후 다른 사람이 하는 말, “오늘 무슨 무슨 반찬이 참 맛있었어!" ‘아니, 그런 반찬이 있었나? 난 전혀 몰랐는데…' 이럴 경우 식탐이 많은 나로서는 무척이나 억울하다. 반찬이 어디 있는지 일일이 가르쳐주지는 않아도 무엇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알려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또 내가 먹기에 무척 불편한 형태의 반찬들도 있다. 깻잎이나 콩잎 무침, 가지런히 놓여있는 노란무우 등이다. 이런 경우 보기는 좋을런지 몰라도 젓가락 사용에 어느정도 자신있는 나로서도 불편을 겪는다. 약간 보기 싫더라도 이리 저리 흐트러 놓거나 한 장 씩 떼어놓으면 먹기에 편리하다. 위의 예는 그래도 양호한 경우다. 조금 억울하기는 해도 참으면 그만이니. 하지만 근처에 있는 물컵을 반찬 그릇인줄 알고 젓가락으로 낚시하는 경우나 이리 저리 젓가락을 옮겨다니다가 술병이나 음료수 병이 팔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경우 체면이 구겨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때에 시각장애인에 익숙한 사이라면 사전에 물컵이나 병 종류 등은 옆으로 잠시 미뤄 놓을 것이다. 요즘처럼 익숙한 시각장애인이 된 이후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지만 갓 실명하였을 때는 최악의 실수도 몇차례나 하였다. 식탁에 있던 재떨이에서 담배꽁초를 반찬인 양, 힘차게 집어서 씩씩하게 입으로 가져와 맛있게 씹는 순간의 그 느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그 느낌은 입안 가득 맴돈다. 정안인 미식가, 대식가, 식탐가라도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 있을까?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