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노인을 위한 문학…실버문학상 제정

  • 1997-02-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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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이 있다면 노인들을 위한 실버 문학도 있어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인의 위상 제고 위해 제정
요즘 아동의 인권은 극대화되어 있다. 아동을 학대한다든가 지나치게 푸대접해 신문이나 방송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루고 있다. 미국과 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말로는 경로사상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학교라는 데를 가보면 20여 평의 공간에 130명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교실에 40여 명의 학생들도 많다고 콩나물시루니, 과밀학급이니 하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노인들에게 제대로 인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덕성노인대학 이원우 학장(수필가, 대천리초등학교 교감)은 바람직한 인격체로서 노인의 위상 제고가 절실하다고 토로한다.
이번에 실버문학상을 제정,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실버 문학’이란 노인들이 읽거나 노인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글들을 말한다. 아동들이 읽거나 아동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읽는 문학이 아동문학으로 분류되는 것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연전에 문인들의 모임에 나가 실버문학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더니 되돌아온 건 비웃음뿐이었어요. 이런 현실에서 우리 노인들의 복지향상은 요원하달 수밖에요.”
그래서 직접 나서 실버문학상을 제정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원우 교감을 비롯해 양하윤 시인(공군 중사), 이병수 교수(경성대, 수필가), 백이성 낙동향토문화원장, 윤홍주 북구의회 부의장 등이 사재를 털어 1차로 178만원의 기금을 마련하고 이병수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앞으로 부산문협 회원 상당수와 뜻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 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면 내년초 첫 수상자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11년 동안 무료로 노인학교를 운영해오면서 누구보다도 노인을 이해하고 노인과 함께 해온 우리가 실버 문학상을 제정, 운영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일 겁니다. 이 일은 단순히 경로사상의 실천 차원이 아니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인의 위상을 정립하는 하나의 사업입니다. 한 사람의 작가가 노인을 위한 글을 혼신의 힘을 모아 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여간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당선작에 대해서는 50만원 정도의 상금을 수상하게 되는데, 작품은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며 단편소설은 1편, 수필은 3편 이상을 대상으로 문학적 가치가 있는 글을 선정하게 된다고.
한편 이 상의 정식 명칭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실버’가 노년층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이므로 고유명사로 된 명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운영에 어려움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무엇보다도 기금 모금과 홍보문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
“북구에서 효시가 되었으니 북구에서 첫 수상자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이 상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의 노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