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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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건축에 꿈을 담아내고자 하는 조카에게

  • 2022-12-29 11:10:55
  • 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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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빠가족과 엄마와 함께 1박 2일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를 보낸 숙소는 경주의 한 호텔로 실내건축 디자이너인 조카의 영감과 노력이 어우러져 휴식과 쉼을 주는 공간이었다.
“와우, 산자락에 붉은 해가 걸린 모습을 통창 너머로 볼 수 있다니….”
“할머니, 어때요?” “좋구나. 이런 곳에 와 보고.”
손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엄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큰 조카의 통 큰 선물인 1박 2일 호텔 숙박권은 좀처럼 보기 힘든 엄마의 행복한 얼굴을 내게 덤으로 선물해 주었다.
난산으로 올케언니를 힘들게 하며 세상과 조우한 조카는 말문이 늦게 트여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웠으나 튼튼하게 자랐고 인테리어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공감을 경험하는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진 건축회사에서 공간에 경험과 삶을 녹여내어 건축디자인하고 있다.
경주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일을 했고 호텔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에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의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하는 가족들을 위해 휴가를 신청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안내를 해주었다. 완성된 일부분이 디자인과 다르다며 아쉬워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꿈꾸고 도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장을 체크하고 고민하고 자문하며 원하는 결과를 위해 디자인을 매일 고치는 등 작업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 새롭게 보이고 감동으로 다가왔다. 창문에 올려 둔 돌멩이 한 개,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계단, 난간에 만들어진 쇠로 된 창틀, 통창 앞의 풀과 나무 등 건축물에 자연의 일부가 하고 살고 있음이 건축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천하고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조카야, 네 덕분에 값진 경험을 하면서 꿈을 꾸는 듯했다. 꿈을 닮은 공간에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박유미 /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