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감포 해변에서 보낸 하룻밤

  • 2023-09-27 20:19:19
  • 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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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감포로 갔다.
집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실컷 보고 다양한 해산물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더욱 더 신이 났다.
우리는 해가 질 무렵에 도착하여 석양이 절정에 이른 것을 보고는 해변으로 마구 달려갔다.
바다를 찾을 때마다 바다는 단 한 번도 실망을 주지 않았기에 언제나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모래 위를 걸으며 지금 이 길 역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길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일행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또 바다로 달려갔다. 밤바다 또한 밤하늘과 어우러지면서 그만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늘에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별들이 총총 박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설렘의 시간을 한참 누리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친구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들과 있으면 나이를 잊게 되지만 우리들은 이미 60을 훌쩍 넘긴 상태다. 그러다보니 대화의 주제는 건강이야기, 손자 이야기, 아들·며느리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눈을 잠깐 붙이고는 여명을 기다렸다. 마침내 새벽이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뒤따라 나온 친구들 역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짧은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면서 다시 일상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현주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