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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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그 많던 재첩은 다 어디로 갔을까

  • 2023-09-27 20:18:26
  • 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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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에는 계곡이나 냇가에는 가재, 송사리, 재첩, 다슬기 등 먹을거리가 많았다. 여름밤이 되면 골짜기마다 반딧불이가 무리를 지어서 춤을 추었다.
동네 여자아이들은 도랑에 모여 재첩을 잡아서 소쿠리에 한가득 담아가곤 했다.
도랑에서 재첩을 잡고 있으면 진흙이 일어나서 구정물이 내려가게 되는데 그럴 때면 아래쪽에서 빨래를 하던 아줌마들이 “야, 가스나들아! 고디(재첩) 잡지마라! 구정물 일어나서 빨래 못한다”고 소리치곤 했다.
그러면 빨래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첩을 잡고는 했다. 그렇게 잡은 재첩은 국을 끓여서 가족과 맛있게 나눠먹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 고향마을에 가보니 이제는 재첩이 아예 없어졌다. 농사짓는 데 농약을 사용하고 도랑이나 계곡 곳곳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놔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무척이나 슬펐다. 이제 다음 세대들은 우리가 어릴 적에 경험했었던 다양한 추억거리가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마음이 저려온다. 반딧불이, 가재, 재첩, 다슬기, 송사리도 자취를 감추었다.
어떤 시인이 “고향에 와보니 고향이 아니더라”라고 읊었던 시 구절이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가 물질문명이 많이 발전하여서 어딜 가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잘 조성해 놓아서 다들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가게 되어서 무척이나 마음이 아프다.
물질문명이 주는 편리함과 안락함도 좋지만 자연생태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누릴 수 있을 때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을 오래오래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최다슬 / 덕천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