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명예기자] 내가 살고 있는 참 좋은 마을

  • 2023-07-27 16:46:32
  • 정영미
  • 조회수 : 216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오래 머물 생각은 아니었다. 힘든 시기에 이사를 왔기에 정리되면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교통 불편을 핑계 삼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시기에 버스 노선이 변경돼 불편함의 일부가 해결이 되었기에 떠날 생각을 접었다.
삶에서 누구나 힘들 때가 있지만 주변인들에게 얻는 위로만큼 환경이 주는 위로도 크고 지속적이었다. 소파에 누우면 베란다 창을 가득 채운 하늘과 베란다를 지나는 숲 향이 섞인 시원한 맞바람 덕분에 숨을 더 깊이 들이쉴 수 있는 곳이다.
쏟아지던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던 어느 날, 대천천 물속에서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물고기들을 보게 되었다. 그날 밤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도했다. 그 일은 내가 생태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 내리던 퇴근길, 단골 카페가 문을 닫아 옆 카페에서 커피를 샀다. 카페 안에 있는 의자가 눈에 띄었지만 테이크아웃을 하여 쌈지공원으로 갔다. 바람이 이끄는 비를 정자 지붕이 막지 못하였기에 나와 일행은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운영을 마친 도서관 밖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여 계단에 앉을 참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카페가 그곳에 있었다. 대천마을학교 입구, 예쁜 그림이 그려진 대기 장소였다. 커피향까지 얹으니 더없이 안락한 공간이 되었다.
비 오는 저녁, 우리의 방황은 행복한 대화와 아늑한 충족감으로 마감되었다. 도서관이 휴관이어서 우연히 찾은 마을기록관. 그곳에서 내가 사는 곳은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사라지는 것들을 긴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길 만큼 사랑받은 동네였음을 알게 되면서 뭉클한 마음으로 내뱉었다. “아, 이 마을 참 좋다!”

김미정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