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독자마당]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아직…

  • 2020-11-30 19:10:13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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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세를 떨치던 무더위가 입추 앞에는 꼼짝 못하고 물러가더니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도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코발트 빛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조각구름이 여유롭다. 그리고 산등성이로부터 시작된 단풍 덕분에 가을이 더 신비롭게 여겨진다. 뒷산에서 지저귀는 산새들의 청아한 하모니는 가을 꽃향기와 더불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더니 나도 가을을 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다 달력을 보니 이달을 포함하여 달랑 두 장이 남아 있다. 가을도 곧 지나갈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달력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으니 아쉽기도 하고 이런저런 기억들이 꼬리를 문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그 어려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에도 코로나19 때문에 타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집에 다니러 오지 말라고 당부한 부모들이 많았고, 자식들도 행여 부모님의 건강이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달력을 쳐다보며 마음으로 빌어본다. “코로나19, 어서 물러가다오. 네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사랑하는 가족들 마음 편히 만날 수 있고, 근심 걱정 없이 바깥나들이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제발, 제발 부탁한다.”

나도 부모의 입장이다 보니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올해가 다 가버리기 전에 가족들이 북적북적 거리며 함께 어우러져도 되는 상황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해결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이효준 / 구포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