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신천지를 개척한다는 사명감으로

  • 2001-05-30 00:00:00
  • admin
  • 조회수 : 1322
스승의 날 맞이 편지글
송현석 / 신천초등학교 교사

찬 바람이 몸을 더욱 움추리게 하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2월 말, 우리 36명은 큰 꿈을 품고 이 곳 신천에 부임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한 까닭일까 우리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입로는 포장도 되지 않았고 경사가 약70도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한 학교는 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운동장도 전혀 정리되어있지 않은 곳에 아직도 기계 음이 귓전을 때리는 이곳에 언제 학교의 모습을 갖추게 될지 도무지 정이 들지 않았다. 우리 선생님들은 내가 왜 이곳에까지 오게 되었나 원망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36명의 전 교직원이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또 평일과 휴일도 구분 없이, 근무시간과 퇴근시간의 구분도 없이 근무한 덕분에 학교가 차츰 제 모습을 갖추어 가는 걸 볼 때 뿌듯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이제 개교한지도 2개월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음은 부인하지 않지만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흐뭇하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행정실 직원에 이르기까지 입술이 부르트고 눈병까지 걸리면서도 우리 선생님들은 학교 일을 내 일처럼 밤낮없이 해 냈다. 조금씩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학교의 모습을 볼 때 마다 우리들의 마음은 뿌듯했다. 요즘같이 자기 일이 아니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때, 우리 36명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신천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불평이나 불만 없이 내 일처럼 솔선하는 것을 볼 때 이것이 바로 참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엔 이런 우리를 비웃는 사람의 소리도 가끔 듣는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사명감을 갖는다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생애를 엮어 가는 데에 있어서 그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명을 누구로부터 받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명감은 오늘의 민주 사회에서 강요될 수 있는 성질이 못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교육자들에게는 만약에 그들의 사명감이 중요하다면 교사 자신에게 부과한 것이다. 즉 사명감이란 자기 자신에게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신천지의 선생님들은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뭉쳐 있다고 자부한다. 이처럼 사명감이 충천할 때 신천의 앞날은 매우 밝고 이러한 선생님이 많을수록 우리 교육의 앞날은 밝다고 자부한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