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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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2021년 6월) 이효준

  • 2021-07-06 21:42:15
  • 정영미
  • 조회수 : 935
“당신이 뭔데 간섭이야?”
 
얼마 전 화명생태공원으로 운동을 하러갔다. 생태공원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정장차림의 중년이 마스크를 목에 건채로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깜박 잊었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어 그 분께 “마스크를 안 쓰셨네요?”라고 했는데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분은 “당신이 뭔데 간섭이야?”라고 대뜸 큰소리를 쳤다. 나는 “침 튑니다. 마스크 쓰시지요”라고 다시 조용히 말했는데 그 분은 더욱 더 크게 소리를 질러서 오히려 내가 더 무안했다.
내가 “깜박하고 안 쓸 수도 있어서 얘기 해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화낼 일입니까”라고 묻자 그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내 얼굴 앞에 대고 고함을 쳤다.
그 사람과 헤어지고 운동장을 향해 가는데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마스크를 안 쓰셨네요?”라고 했을 때 고맙다고 하거나 그냥 가면 될 일인데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욕설까지 마다하지 않고 내뱉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나를 얕잡아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고함을 지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중이 이용하는 도시철도나 버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떠드는 등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서기라도 하면 “왜 남의 일에 참견이냐, 그냥 못 본 체해라”는 충고를 듣기 쉽다.
만약 자신의 가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그런 말이 나올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민족에게는 의협심이라는 놀라운 특성이 있어 나라를 지키고 이웃을 구하는 데 한 몫을 해왔다. 지금도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모두 함께 나서서 서로를 지켜주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한 일이다.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는 작은 노력이 절실하다.
이효준 / 구포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