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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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공단, 안된다

  • 1997-01-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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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구비구비 일천삼백리
구태어 가야신라 물을것 없소
오늘도 여흘여흘 소리치는 물
이 겨레 혈관 속에 피가 되었소
낙동강을 예찬한 이은상 선생의 시이다.
낙동강은 우리 겨레의 젖줄이며 부산·경남 시민들의 생명수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맑고 깨끗해야 할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다. 낙동강 주변에 들어서 있는 많은 공장들이 흘려 보내는 오·폐수 때문이다.
지난 92년 구미공단에 있는 ‘두산전자줁에서 페놀 원액 30톤을 불법 방류하여 부산·경남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더니 이제는 또 대구지역 사람들이 위천공단을 만들겠다며 부산·경남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낙동강이 수난당한 사건 사고는 한 두번이 아니다. 91년 9월에는 황산오염 물고기 떼죽음, 94년 1월에는 발암성물질인 벤젠, 톨루엔 및 암모니아성 질소, 폐압연유 등에 오염된 수돗물을 계속 공급, 같은 해 2월에는 성서공단 대일공업 유류 오염사고, 같은 해 3월에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불법방류한 디크로케탄오염사건, 같은 해 5월에는 구미공단 3단지 벙커C유 유출사고, 같은 해 10월에는 성서공단 복개천 벙커C유 유출사고, 95년 12월에는 대구환경관리청이 폐수무단방류 업체 76개소를 적발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또 다시 낙동강변 위천(渭川)에 대규모 공단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낙동강을 죽이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특히 이 공단은 염색업체가 들어설 모양이고 이 업체에서 쏟아내는 폐수는 최첨단 폐수이다. 최첨단 폐수는 최첨단 폐수정화시설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최첨단 폐수를 정화할 시설이 없다.
사회 일각에서는 위천공단도 조성하고 낙동강 물도 정화하는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 방안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법이 없어서 각종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있지만 악랄한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환경오염에 대한 처벌법이 있어도 불법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낙동강 정화를 내세우면서 위천공단 조성을 들고 나오는 것은 현실성을 무시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위천공단 조성을 반대하는 부산·경남시민들의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맑은 물을 마시고자 하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이 살아나야 민족이 산다. 한민족의 역사의 삶은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영남유역은 낙동강을 생명의 젖줄로 하여 반 만년을 살아왔다.
지금도 일천만 영남유역민에게 낙동강은 물을 제공하고 있다. 오염으로 강이 죽어가면 그 민족의 생존도 보장하기 힘든다. 따라서 낙동강이 살아야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다. 낙동강! 그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천만의 숨결로 흘러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거역하고 천만의 숨결을 막고자 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
환경문제는 이제 어떤 한 부분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의 중심 가치이다. 그래서 누구나 소홀히 넘겨서는 안된다. 부산·경남시민들이 위천공단조성을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낙동강 살리기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권우상·화명동 1554-13)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