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수박두통에 3천원

  • 2001-07-25 00:00:00
  • admin
  • 조회수 : 1297

‘고성 수박 두통에 3천원, 5천원~, 싸다! 싸-'
‘엥?? 두통에 3천원?'
놀랄 일이다. 수박 두통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마음씀이 겨우 돈으로 3천원이라니…
일년내 벼농사를 지어봐야 한 농가 소득이 1,2천 정도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작물을 하겠지만 뭐 그것인들 별 뾰족하겠는가. 농사짓는 젊은 사람들이 없어질 만도 한 일이다.
나 역시도 농사를 업으로 삼아 볼까 하는 생각은 해보지만 실제로 실천하지는 못한다. 일년내내 마른날이 많아도 걱정, 비가 많이와도 걱정, 날씨 걱정에, 일손 걱정에, 농산물 가격 폭락 걱정에, 그리고 수확량 걱정에… 그 어려운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가? 농민에게 직접 돌아가진 않겠지만 시장에 가면 다른 물건값은 깎아도 농산물값은 어쩐지 깎기가 어렵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떨까? 땅의 가치를 알기나 할까?
다른 아이들도 우리 아이처럼 ‘수박 두통에 3천원'을 그냥 ‘싸다'고만 생각하지 ‘왜 3천원 값어치 밖에 안된단 말인가'하고 생각지는 못할 것 같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농촌현실을 느끼고 땀의 가치, 땅의 가치를 느껴보도록 농촌활동을 다녀올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 같다. 대학생들은 농촌활동을 다녀오기도 하는데 청소년들이 다녀올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골 할머니댁과 친구네에서 벼랑 채소들이 자라는 모습을 본 우리 아이도 여행길에 보이는 산을 깎아만든 계단식 논을 보고 ‘잔디 참 푸르다. 이쁘게 자랐어!'하고 말한다. 벼는 평야에서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수박 두통에 3천원 싸다!’가 아니라 ‘왜 저렇게 싸게 팔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강영희 / 화명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