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졸업의 계절에

  • 1997-02-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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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숙(교사·동화작가)
빵빵……. 빵빵빵…….
퇴근길에 차가 유난히 정체되었다. 조급한 사람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경적을 울려댔다. 졸업을 한 학생들 서너 명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은 기성인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우리네 부모님들 시대에는 졸업식장이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단다. 그건 어쩌면 졸업의 의미가 그만큼 진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뜻이 있어도 형편상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안타까운 마음을, 따끔한 회초리로 바른 길 인도하시던 선생님의 사랑을, 점심 대신 삶아온 고구마, 감자 나눠 먹던 우정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요즈음의 학생들이야 쫓기는 일과에, 책가방의 무게에 짓눌린 힘겨움에, 부모님의 기대 수준에 못미친 열등감에 오히려 졸업은 속이 시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기야 부모들인들 그들 마음 속을 온전히 헤아려준 적이 몇 번이나 될까. 내일의 기둥이라는 그들을 위해 또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배려를 했는가 ‘저들이, 저 학생들이 왜 저 모양인가!’라며 우리 기성 세대들이 그들에게 질책과 강요만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하지만 흔들리는 차 안일수록 더욱 중심을 바로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나약함을 언제까지 남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어렵고 힘이 들수록 자신을 추스리고 새로운 생활에 대한 세심한 설계와 착실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누구 때문에∼ ’라기 보다는 ‘누구 덕분에∼’라는 생각으로 삶을 조명한다면, 오늘의 고난과 역경은 내일의 환희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마치 졸업을 아쉬워나 하듯이 2월은 마냥 짧기만 한 것 같다. 졸업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2월은 3월에 있을 새 출발을 위해서 준비하는 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삶이 어렵다고, 힘이 든다고 모두들 제 자리를 지키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버지의 자리를, 어머니의 자리를, 자식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면……. 최선의 행복을 구하기 위해서, 내가 있어야 할 나의 자리매김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 2월의 방랑보다는 3월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는지.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