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청소년 생활수기

  • 1997-07-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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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서 얻은 작지만 큰 교훈

만덕초등학교 6-6 이 승 경


우리 앞집에는 나리라는 2학년짜리 꼬마가 있다. 나보다 어리기 때문에 잘하는 것은 별로 없지만 난 그 아이에게서 작지만 큰 교훈을 받았다. 어느날, 어머니께서 “엄마가 나중에 돈 줄테니까 용돈 남은 거 있으면 줘봐라.”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머뭇거리며 돈 남은게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내 그럴줄 알았다면서 나리얘기를 하셨다.
난 남과 비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나보다 어린 아이와 나를 비교하니 나리가 조금씩 미워지기 시작하였다.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은 듣는 척도하지 않았지만 얼핏 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것이 “나리는 단돈 백원도 아까워서, 남이 사준다고 해도 싼것만 고르는데…….”이다. 나도같이 다니면서 나리가 돈을 무척 아낀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듣기가 아주 거북하였다. 다음날, 아침 조회시간이었다. 용돈기록장 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을 아이가 나왔다.
내 용돈기록장을 보면 매일 쓴 날짜가 똑같다. 남은 기록장수도 같고, 쓴 기록장 수도 같다. 저절로 고개가 떨구어져 마음 굳게 먹고 용돈기록장을 꺼내어 쓰려는데 머리를 옆으로 길게 땋은 나리가 “언니야, 뭐 하노, 어?” 나에게 물었다. 내가 용돈기록장 쓴다고 했더니 같이 쓰자며 조그만 가방 안에서 내 손바닥만한 종이 몇장을 꺼내더니 같이 쓰자고 하였다.
내가 본 손바닥만한 종이 몇장은 그냥 종이가 아니라 용돈기록장이었다. 아니, 내가 며칠전에 서점에 갔다가 받아온 만화 주인공이 그러져 있는 용돈기록장.
“얼마나 썼노? 좀 보자.”
다가가 슬쩍 보았더니 그리 빽빽하지는 않았지만 시커먼 글씨가 종이 한 장 정도에 적혀 있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세네 개도 아닌 많은 것들이…….
“언니는 왜 이렇게 안 썼노?”
“있잖아. 나는 이거 아직 쓰면 안되는 거다.”
조금은 창피하였지만 2학년짜리가 뭐 알겠냐 싶어 그냥 넘어갔다. 이젠 내 용돈기록장에는 두세 개가 아닌 아주 많은 날짜가 적혀있다. 손가락으로 세아릴 수도 없을 만큼…….
또, 나는 부끄러울 것도 없다. 이웃동생 나리에게 용돈기록장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도 있고 어머니의 잔소리도 듣지 않을 것 같다. 내 생활에서 달라진건 이것뿐이 아니다 미술을 하고 나서 남은 종이나 준비물은 집으로 들고 와서 필요한 것을 만든다. 이게 바로 아끼는 습관인가?
그리고 문득 “필요할 땐 잘 쓰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잘 쓰는 것은 값어치가 없다.”하고 도덕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게 떠올랐다. 또, 아끼면 똥 되냐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나리에게서 받은 작지만 큰 교훈을 품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맞은 편 3층에서 나리가 말했다.
“언니야, 뭐하노?”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