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환경글짓기 초등부 최우수 당선작 - 형님의 잠바(김형준)

  • 1997-06-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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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 준(백양초등학교 6-3)

“째째짹, 짹짹!”
맑은 산새 소리가 수요일 환경 명상의 시간 시작을 알린다.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 산새 소리를 들으면 화났던 기분도 언제 화났었냐는 듯이 사라지고, 금방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엔 저렇게 맑은 새소리,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맑은 물소리를 듣기가 어려워 안타깝다.
수요일 아침, 10분의 짧은 방송이지만 환경 명상의 시간은 세제 적게 쓰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옷 물려 입기,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광고지 뒷면 이용하기 등 환경보전의 방법에 대해서 많이 알게 해준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 옷 물려 입기이다. 하루는 사촌 형님으로부터 얻은 신사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교실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친구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와, 너 오늘 정말 멋쟁이다!”
“야, 너 그 옷 나좀 줘봐.”
“그 옷 어디서 샀냐? 나에게도 가르쳐 줘.”
저마다 한마디씩 하였다.
‘사실 이건 고종 사촌 형에게 얻은건데…….’
형님은 나와 두살 차이다. 그래서 내 옷의 대부분은 사촌 형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다.
바지, 쉐타, 잠바, 심지어는 신발까지 얻어 신는다. 사촌 형님은 키가 커서 형님 옷은 나에게 딱 맞아 생활하는데는 아무 불편이 없다. 하지만 난 이런 생활에 짜증이 나, 불만을 많이 가졌었다. 고모께서 주시는 옷을 어머니께서 고맙다시며 받으실 때, 물려 받은 사촌 형님 옷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친구들이 멋진 새 옷을 입고 와 자랑을 할 때는 고모와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화를 낼 때도 있었다.
“어머닌 맨날 새옷은 안 사주고, 헌 옷만 줘, 나도 친구들처럼 새 옷 입고 싶단 말야.”
그러나 친구들의 칭찬을 듣고 난 후로는 그런 마음이 싹 가버리고, 다른 생각이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헌 옷도 새 옷 못지 않다는 것이다.이제는 헌 옷도 새옷같은 느낌이 든다. 물려 받은 옷은 사촌 형님의 따뜻한 품도 느낄 수 있고, 또 우리의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의 작은 실천이, 사라져가는 새소리, 시냇물 소리를 다시 우리에게 돌려 줄 수 있을 날이 가까워질 거라고 믿는다.
물려 받은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을 신나게 달리며 기대해 본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