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명예기자 칼럼 - 쌀 소비 운동?

  • 2002-01-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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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사세요~쌀사세요~"

일요일 저녁시간 TV쇼프로그램 중에 쌀 소비운동의 일환으로 쌀 판매를 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얼굴이 알려졌다 하는 연예인들이 쌀가마니를 지고 팔러 다닌다. 늘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던 그들이 쌀 포대를 맨 모습은 같이 TV를 보던 가족이 ‘우리도 저 쌀 한 번 사면 안될까?'할 만큼 보기에 감동적이다.

지난해는 쌀 풍년이었다. 풍년이면 풍년가를 불러야 할판에 온나라가 쌀판매에 열을 올리는 느낌이다. TV속 구매자들은 잘 알려진 사회단체의 장들, 기관의 장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판매가 늘었다고 과연 우리의 쌀소비량이 증가한 걸까? 따지고 보면 이들은 구매 장소만 옮겼을 뿐이었다. 그들이 보내고자 하는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시설 역시도 늘 쌀을 소비하던 소비자이지 새로운 소비자들이 아니다. 상인들이 볼 때 그들은 생색내느라고 TV로 구매장소를 옮긴 나쁜 단골일 수도 있다.

한 휴대폰 회사가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쌀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받아 가서 그것 먹느라고 구매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쌀가게에서는 그 집이 쌀을 배달시킬 때가 됐는데 늦는다고 할 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는 쌀이 항상 남아돌아서 아우성이다. 정부는 수입한 쌀도 생산국 눈치보며 소비를 해줘야 하고 수입으로 인한 농민들의 분노도 달래 줘야하기에 매번 안절부절이다.

농민들은 어떤가. 한정된 소비량과 수입쌀의 틈바구니에서 남은 쌀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풍년이면 피땀 흘려 지은 농사를 헐값에 넘겨야 하고, 흉년이면 작은 량에다 비료값, 품값, 농약값 다 얹어서 빼내 보려 하니 한 가마니의 쌀이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지 허리가 휜다.
쌀 생산이 많아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생산자의 힘으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어느나라도 정부로부터 내버려진 농민은 없다. 노력에 대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데 지금 쌀농사를 짓는 이 세대들의 뒤를 이어 쌀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을까 걱정이다.

TV를 보면서 과연 저 프로그램은 누굴 위해서 왜 만들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저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기관장을 비롯한 주체들이 TV속 쌀판매의 들러리 구매자로 나서서 정부의 무능한 쌀정책을 감동적인 프로그램뒤에 가리고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밥만 먹고 사는 국민들에게 더 먹어서 과식하라 할 것이 아니다. 정부는 다른 곳에다 쓰는 힘 모아서 임시 방편으로 눈만 가리는 행정들을 싹 쓸어 쓰레기통에다가 넣고 지금이라도 획기적인 맞춤 시책으로 속시원한 박수 한번 받길 바래 본다.

김미정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