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백두대간 산행 산경표를 아십니까?

  • 2002-09-24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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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찾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산경표를 알게 되었다. 산경표(山經表)란 쉽게 말하자면 산의 흐름을 밝힌 책이면서 산의 족보에 해당된다. 우리 선조들의 지리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산경표의 원저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육당 선생이 관여한 조선광문회란 곳에서 보급한 것이 근세의 일이고 최근에는 한글본까지 나와 있다.
산경표에 의하면 산줄기는 합수(발원지가 다른 물줄기가 만나는 곳)지점에서 멈추게 되고 물줄기는 산줄기에 의해서 갈라지게 된다. 산경표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의 원리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산에서는 물줄기를 건너지 않고 백두산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도 알게 해 준다.
산경표는 우리의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이름은 강에 의하여 붙여져 있다. 그 중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국토의 등줄기가 된다.
백두대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우리 국토의 주요한 산자락의 흐름. 이 백두대간을 막연히 동경한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조국강산을 한 번쯤은 직접 둘러보겠다던 산춘기적 꿈에 그 뿌리가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한 생활인으로서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백두대간 종주계획을 세우기는 무리였기에 사실 잊고 있었는데 기회는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주5일근무제 시험실시로 북구청내 직원들이 백두대간 종주를 계획하고 나선 것이다. 새로운 도전으로 일상 탈출은 물론 내 의지를 시험하고 태어날 아가에게 부끄럽지 않을 아빠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꿈 등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첫 소구간 도전시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한달을 꼬박 기다려 설악의 진면목인 암봉미를 만끽할 수 있는 백두대간 제2소구간 종주를 위하여 30여명의 산꾼들이 미시령으로 향한 시각은 토요일 저녁 9시 조금 넘어서였다.
새벽 4시부터 산행은 시작되었다.
많은 분들이 앞으로는 선두에 서도 되겠다고 해주신 덕담 한마디에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제2소구간 마지막 지점인 마등령이다. 이젠 어느정도 선두에 뒤처지지 않을 자신감도 얻었고 페이스만 잘 조절한다면 끝까지 체력적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내리막길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무릎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 신경을 무릎에 두고 하산하는데 오른쪽 무릎에 심각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근육통, 관절통 약으로 응급 근육마사지를 했지만 아픈 다리 탓으로 일행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를 도와주는 몇분과 함께 비교적 수월한 길로 하산하는데 꾀나 먼길었다. 옆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까? 난생 처음 겪는 12시간 산행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많은 기암절벽과 경이로울 산세를 보게될 가슴두근거림을 안고 주말마다 산을 찾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본다. 처음에는 무작정 앞사람을 따라가기에도 버거웠는데, 앞으로는 ‘산은 왜 가는가'를 화두로 삼아 이제 곧 만나게 될 많은 산들과 내면의 대화라도 해 볼 심산이다. 산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인내와 용기를!

김재학 / 북구청 총무과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