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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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칼럼-우리 아이 교육 다시 생각 해보자

  • 2002-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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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옥 명예기자

한 때, 우리나라에 IMF가 닥치면서 모든 경제가 위축되고 그로 인해 가정에서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래서 가정마다 소비를 줄였고, 대학생들은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취직이 되지 않자 서로 군입대를 자원하고 나섰으며 주부들은 실직당한 남편대신 생활전선에 뛰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가지 분야에서만큼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교육이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열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태교는 물론이고 아이가 커서 외국에 쉽게 나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삭의 몸으로 원정출산을 감행하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태어나서 채 돌이 되지도 않은 아기들을 향해 조기교육, 영재교육이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각종 매체에서는 초보엄마들을 유혹한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 때에는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행여 내 아이가 뒤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수·언어 학습지는 물론이고 글짓기 교육까지 시켜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의 수준이 1·2년은 거뜬히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이미 배울 것이 없고 배울 것이 없으니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모들은 이런 문제점을 읽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내 아이를 덜 시켜서 그런 줄 알고 집중력 훈련까지 시키게 된다.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에게 과연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학교는 단지 지식을 배우기 위한 곳만이 아니다. 나와 다른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서 사회를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저학년에 조금 앞서 간다고 해서 기뻐할 일도 아니요, 뒤처진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급행열차를 타듯이 빨리 가면 다른 중요한 것들을 볼 수가 없다. 조금씩 천천히 가면서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줄 아는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주어야 한다.
나는 가장 중요한, 교육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유아기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유아기에 부모들은 많은 주입식 교육은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유아들의 기발한 생각이 단순 암기식 교육에 의해 평범해지고 획일화되어 가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내 아이에게 양질의 참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인 나 자신이 바로 서야 한다. 눈앞에 잠깐 보이는 학습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아이를 잘 관찰하고 열려 있는 질문을 통해 생각에 날개를 달아 주도록 하자. 옆집 아이가 한다고 해서 다들 좋다고 해서 우르르 몰려가는 식의 교육은 이제 곤란하다. 아이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식성이 다르듯이 능력 또한 같지 않다. 그리고 한 아이가 모든 분야에서 1등일 수는 없다.
내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소질과 능력. 그것을 바로 보고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 이것이 바로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