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인의 창 / 2021년 10월

  • 2021-11-02 11:47:51
  • 정영미
  • 조회수 : 975

시인의 창 / 2021년 10월

시인의 창 / 2021년 10월
갈색 여행
 
                                                 정길언
 
우리 모두는 싱그러운 세상에서 안녕을 꿈꾸지만
슬픈 노래가 가슴을 울리는 중도 역에 내리는 사람도 더러 있다
오뉴월 태양도 시공을 지나 뜨거움을 지우고 비스듬히 기울면
어느새 자연도 갈색 분을 뒤집어쓰고 오색 등 다는 늦가을
덧없는 세월이 서쪽으로 긁어놓은 주름 길을 따라
머리 밑에 은빛 세월을 숨기고 여행을 떠났다
기차는 벌써 노을 역에 도착 대합실을 서성이는데
아옹다옹 발버둥도 따라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예사롭지 않는 찬바람이 유효기간 지난 낙엽을
되돌아올 수 없는 구렁지로 몰아세우고 있다
저무는 석양 앞에서는 하잘것없는 것들도 길동무가 되는 법
발밑에 구르는 그에게 다음 행선지가 어디냐고 물었다
바스락 침이 마른 친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말하고
흐르는 물에 몸을 풀어 이승을 씻었다
말없이 찾아가는 머나먼 길 훤히 보인다
 
*작가약력: 2008년 계간지 <문학예술> 신인상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새부산 시인협회 회원, 알바트로스 시낭송 문학협회 부회장(현). 2012년 <남제문학> 작가상 수상, 2015년 <부산시단> 작품상 수상. 시집 <갈대는 낮에 울지 않는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