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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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2024년 2월)

  • 2024-02-27 09:56:15
  • 정영미
  • 조회수 : 60
너무나 소중했던 졸업의 추억
 
2월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졸업 시즌이다. 필자는 8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빛바랜 사진으로도 다시 볼 수 없는 장면 장면들은 우리에게 한없는 그리움과 잊고 지내던 친구들을 떠올리는 소중한 편린들이다. 하얀 눈꽃이 하염없이 쏟아지며 정들었던 교정과 친구들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던 그날. 지금처럼 성능 좋은 휴대폰 디카나 동영상 카메라가 있었던 것도 아닌지라 그저 필름 카메라로 아쉬운 순간을 한 장이라도 더 담아두려 애쓰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한반에 60여 명씩 콩나물 교실에서 서로 부딪히며 정을 나누고 졸업을 한 후 휴대폰도 없었으니 연락처도 모른채 뿔뿔이 헤어져야 했다. 그러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하늘같은 선생님, 친한 친구와 헤어지는 아쉬움이 더욱 진했다.
설레임으로 참석한 졸업식에서 처음 받은 졸업장을 고이 말아 언니, 오빠 졸업장이 들어있는 빨간 통에 담아 안고 짜장면 한 그릇에 행복해 하던 우리들이다.
졸업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사춘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중학교를 입학해서 질풍노도 같은 고교시절을 보내고 인생의 비상을 준비하는 대학 졸업까지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은 끝의 의미가 아닌 시작을 말하는 것이다. 긴 인생의 여정을 준비하는 시작, 그래서 졸업은 찬연한 햇살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다. 졸업은 뭔가의 끝마침이 아니라 새롭고 강한 무엇을 시작하는 위대한 전환점이다. 그래서 모든 졸업생들이 또 다른 환경에 직면하고 적응할 때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애 / 덕천2동
 

나이 들수록 더 자주 생각나는 고향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마음은 동서양을 떠나서 똑같을 것이다.
봄이면 온통 진달래꽃이 미소 짓는 들녘에서 곰실곰실 피어오르는 아지랭이를 즐기고, 밭고랑을 누비며 캐낸 냉이와 싱싱한 쑥은 봄 식탁을 신선하게 채워주었다. 그맘때 쯤 어머니는 겨우내 덮고 자던 이불의 호청을 뜯어 깨끗이 빨아 널었다.
그러면 누나와 둘이 다듬이질 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다듬이질 소리를 멀리서 듣노라면 예전의 그 모습이 선연해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밥 먹는 문제가 예삿일이 아니었다. 식구는 많고 소득은 없어서 농사지어 물물교환을 하지 않으면 끼니를 잇는 것조차 힘들었다. 4~5월이 되면 지난 가을에 수확한 식량이 다 떨어지고 하곡인 보리가 여물지 않아 보릿고개를 겪었다. 그 당시 어머니는 세끼 식사를 마련하느라 얼마나 힘이 드셨을지….
어디 그뿐인가. 농사철이면 하루 종일 땡볕을 쬐며 텃밭을 가꿔야 했고 사시사철 식구들의 옷을 만들어야 했다. 또 줄줄이 태어나는 동생들 키우기에 허리를 펼 여유도 없으셨다. 여름옷은 홑옷이었지만 겨울 겹옷과 솜으로 지은 두툼한 옷은 모두 뜯어서 다시 지어야 했다. 그런 상황이니 시냇가에서는 항상 빨래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때의 누나는 어느새 80대가 되어 손주를 네 명이나 거느린 할머니가 되셨으니 격세지감이느껴진다. 그 시절의 동심마저도 바쁜 생활 속에 까맣게 묻혀 버리고 말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정렬 / 화명동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