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時論 -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 2001-07-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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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태/ 부민병원장, 의학박사
왠지 우리 주변은 지금 온통 어두운 그림자로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느낌이 드는 것은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적 위기와 정신적·도덕적 해체현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신적·도덕적 해이로 인해 우리 자신의 문제의식이 아예 없거나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이 경제위기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우리는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데 근간을 이루는 법과 질서가 무너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공동체사회를 이루는 기본질서라는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을 배려하면서 더불어 함께 하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려는 이기주의와 돈만 많으면 최고라는 한탕주의,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이웃 일본의 7배가 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교차로 법규 위반율은 일본의 13배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사이버공간을 통하여 개인들에게 정서적 지원, 동료 의식, 정보와 지식 및 소속감 등을 제공하여 가상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상업적 음란물의 범람으로 인한 청소년의 성교육 문제와 익명성을 악용한 사생활 침해 문제 등 온라인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물론 우리의 정신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가상공동체는 현대사회의 ‘공동체 공백(community void)’을 채워 주지도 못하고 또 하나의 ‘원자화된 공동체’라고도 비판받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은연중 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라는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현상을 가져온 문제의 뿌리는 바로 ‘신뢰의 위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Trust」에서 우리나라를 중국과 더불어 신뢰의 수준이 낮은 나라로 분류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법이 양심과 정의의 편에 있기보다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특정계층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공동체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선진 사회와 마찬가지로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나 혹독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초등학교부터 대학, 그리고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고 체계적인 시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독일의 어린이들이 학교교육의 일환으로 경찰관의 보호와 지도아래 도로에서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실질적인 훈련을 받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 영역에서 순수시민단체 주도로 ‘국민 의식개혁 캠페인’을 지속적이고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을 배려하면서 더불의 함께 사는 진정한 공동체사회를 열어가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최종수정일202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