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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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2023년11월)

  • 2023-11-29 21:09:55
  • 정영미
  • 조회수 : 81
멋진 추억 가득한 화명장미원
 
나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화명동에서 태어나 11년 동안 자랐는데 긴 시간을 보낸 곳에서 떠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부모님은 우리를 위해 더 나은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친구들과 작별하는 것도 아쉽다.
문밖에만 나서도 아는 얼굴을 만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축구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이사를 가면 못 그럴 것 같아 벌써부터 슬퍼진다.
아직 경험하진 않았지만 정든 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사 가기 싫은 이유는 또 있다. 우리 동네에는 화명도서관이 있는데 나의 최애 장소이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면 부모님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를 드시고 나는 동생과 책을 읽는다.
동생은 책은 조금만 읽고 장미원으로 가서 신이 난 강아지처럼 뛰어놀거나 연못에서 논고동을 잡는다. 나는 도서관이 마칠 때쯤 동생을 찾아가서 같이 놀기도 한다.
화명장미원은 봄에는 벚꽃이 예쁘다. 봄마다 엄마랑 벚꽃 바람을 맞으며 산책했던 기억이 있다. 5월에는 장미 구경을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또 여름이 오면 초록으로 변한다.
가을에는 장미원이 단풍 옷으로 갈아입으며 겨울이 오면 앙상한 나무들로 휑한 느낌이 있지만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나와서 꽁꽁 얼어붙은 연못에서 얼음을 깨고 노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화명도서관과 장미원은 환상의 궁합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사를 가서 자주 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런 장소는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다.
이사 간 곳에서도 봄날에 벚꽃을 보러 올 것이고 5월의 휴일이면 머리 큰 장미들을 보러 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살고 싶은 좋은 동네 화명동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주이솔 / 화정초등학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삭막한 도회지에서 살다 보면 떨어진 단풍잎 하나도 반갑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감동적으로 들린다. 특히 가을이 되면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 공공질서가 바로 서지 않고 곳곳에서 쓰레기가 무단으로 투기되어 있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러다가 사회의 기초질서가 실종 되고 시민들의 양심이 실종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어딜 가나 노점상이나 차량 행상이 길을 막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마음 편히 길을 걷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해이해지고 있어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길을 가다가 무단 횡단이나 쓰레기 무단 투기 사례를 만날 경우에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되레 욕설이 돌아온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한마디를 하면 대부분 반항적으로 대응을 한다.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학생이 잘 되라고 하는 말인데도 아니꼬운 눈초리로 대응을 한다. 이같은 현상을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무원칙, 무질서, 무책임이 만연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제대로 된 질서 의식과 시민 의식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명확한 해법을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 스스로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큰 고통이 따르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국민일수록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한다. 단속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시민으로서의 긍지가 문제다.
"나 하나쯤이야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시민 의식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경제난이 해소된다 해도 사회를 지탱하는 원칙이 무시된다면 그 사회는 내리막길을 걷게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도덕성 회복과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강신호 / 만덕3동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