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각장애인 김씨의 신사년나기 3.

  • 2001-03-29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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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원 활동의 묘함?
당연시 하던 ‘잘보는 것’의 소중함 깨닳게 돼

만약 시력을 잃게 된다면 모든 영역의 일상 생활이 어떻게 될까?
시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일들에 커다란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학습과 정보습득, 모든 외출을 포함하는 사회적 활동, 스포츠를 비롯한 여가생활 등 생활의 전반에 시력이 관계치 아니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력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점자, 흰지팡이, 음성시계, 음향 신호기 컴퓨터 화면 낭독 프로그램 등등 다양한 매개체가 개발 보급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매개체들이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욕구에 완전하게 부합할 수는 없으며, 결코 사람의 눈처럼 기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에게는 직접적이든 혹은 간접적이든 정안인(正眼人)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게 되며, 실제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시각장애인의 부족한 시력을 돕고 있다.
나 또한 도서나 교재 입력과 녹음, 외출활동, 여가 생활 등 많은 생활영역에서 도움을 받았고 현재나 장래에도 계속필요할 것이다.
불편한 시력 때문에 정안인(正眼人)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로 할 경우, 그래서 도움의 손길이 연결되어 그 절실함이 해결되었을 때,그 고마움이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자만이 알리라!
그런데 정말 묘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면, ‘오히려 자신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았노라’고 답하는 것이다.
“평상시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들이 활동 과정을 통하여 매우 소중하고 감사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고들 한다. 너무나 당연하여 한번도 의심치 않던 “잘 보인다", “책을 보고 자유롭게 다닌다"라는 많은 일상사들이 새삼스럽게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으로 여겨지는지! 이러한 느낌들이 타인을 위한 자원 활동의 보람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의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도움을 받는 나로서는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다. 바쁜 생활 중에 틈 내어 자신의 유익이 아닌 타인의 유익을 구하면서도 스스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노라고 답하다니….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들에서 결코 인사성 멘트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그 고마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남을 돕고도 오히려 자신이 많은 도움을 받았노라고 말하는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진다면, 우와! 정말 신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글/ 김장민(부산맹인복지관 재가복지팀장)
그림/ 조미영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