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각장애인 김씨의 신사辛巳년 나기 4.

  • 2001-04-27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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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만남과 대화 통해 서로 익숙해져야"

나에게는 올해 10세 되는 딸이 있다. 아빠가 눈이 나쁜지 알고 있어 길을 다닐 때나 집에서 잘 돕는다.
그 애랑 맹인복지관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은 일이 있었다. 복지관에 들른 많은 시각장애 이용자분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딸애의 반응이 이상하다.
함께 식사하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다.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빠가 시각장애인이라 딸애도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익숙해져 있으리라 평소 생각하였는데… 그애는 시각장애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시각장애의 아빠에게 익숙해 있었던 것같다.
딸애의 거부반응을 생각하면, 평소 길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럽지 못한 태도들 - 혀를 끌끌 차며 동정하는 모습, 왠지 꺼려하며 멀찌감치 떨어져가는 사람, 정말 안타까워하며 나를 껴안듯이 안내하려는 사람, 신기한듯이 따라오며 진짜로 안보이는지 물어오는 아이들 등등 - 이 오히려 당연하게까지 느껴진다.
왜 이러한 반응들이 나타나는가?
분명 시각장애인 또한 뭐 그리 유별난 사람들은 아니다. 마음에 근심 걱정을 지닌 사람, 나이 들어 허약해진 사람, 몸에 중병이 있는 사람, 큰 욕심으로 인해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 편협하거나 극단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 등등 신체, 마음, 의식에서 지속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많으며, 시각의 장애도 그러한 불편함 중의 하나일 뿐이 아닌가!
‘시각장애에 대해 그만큼 낯설고 익숙치 않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시각장애인과의 많은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러한 부자연스럽거나 꺼려하는 모습들은 없는것 같다. 이들과의 만남이나 교류에서는 나 스스로도 시각의 장애가 더이상 의식되지 않게 되기도 하고….
자원활동의 모습이든 친구의 형태든 그 어떠한 매개를 통하든 서로가 마음으로 한걸음씩 더 다가선다면, 장애는 분명 해 밝은 아침의 안개처럼 사라질 수 있으리라! 아직은 어두운 미명에 그러한 아침을 그려본다.

김장민(부산맹인복지관 재가봉사팀)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