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각장애인 김氏의 辛巳年 나기 1. 나를 안내하는 모습들!

  • 2001-01-19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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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장애인의 약90%가 후천적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각장애인 김씨의 일상생활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장벽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길 바란다. “이럴 수가… 나의 흰지팡이를 잡고 당기는게 아닌가!”
내가 길을 갈 때는 여러가지 감각과 흰지팡이를 활용하여 다닌다.
평소 다니는 길은 익숙해져 별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낯선 장소나 돌발적인 상황에 부딪치면 심한 곤란을 겪는다. 한번은 버스 안내 방송이 잘못되어 내가 내리고자 하는 정류장이 아닌 엉뚱한 정류장에 하차하게 되었다. 잘못된 안내방송을 탓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 버렸다.
마침 그 일대가 지하철 공사중이라 소음까지 심하여 참으로 난감하였다. 방향도 분간하지 못하고 공사장 주변이라 겁이 나기도 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이 때 어떤 분이 나를 안내 하였다. 참으로 고맙고 정말 구세주와도 같았다. 그런데, 으잉 , 정말 이럴수가!!! 그 분이 나를 안내하는 방법이 나의 흰지팡이를 잡고 당기는 게 아닌가! 정말 기가 막히고 당황스러웠다. 말도 안나와 약 10m를 그렇게 그렇게 걸어갔다.
나를 처음 우연히 안내하게 되었을 때, 뒤에서 등이나 어깨를 잡고 떠밀듯이 안내하는 사람, 지팡이를 든 팔을 잡고 안내하는 바람에 지팡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사람, 옷깃만 살짝 잡고 안내하는 사람 등 잘못된 방식에 의한 안내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날, 내 지팡이를 잡고 안내하는 경우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 같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모른 척 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도우려고 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것은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마땅치 못한 마음은 떨쳐지지가 않는다.
내가 아닌, 나의 흰지팡이를 잡고 안내하는 것이 마치 나와 가까이 접촉해서는 안되는, 내가 약간은 별다른 사람인 것같이 대한다는 느낌이 남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고마운 마음과 마땅치 못한 느낌이 혼재한 묘한 상황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어떤 느낌에 더 무게가 실릴까?
※ 참고 : 시각장애인에 대한 안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자의 팔꿈치 부위를 잡도록하여 안내자의 반보 정도 뒤에서 같이 걸어가는 것이 좋다. 쪳 김장민씨는 현재 부산맹인복지관 재가복지봉사센타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