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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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발족 2주년 기념 향토문화유적답사

  • 2000-12-26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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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감동의 기회였다.

배연주 구포2동 명예기자

명예기자 발족2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고장의 유적지 답사에 나섰다. 이번 유적지 답사길에서 순간순간 느껴지는 조상님들의 숨결과 역사의 살아있음은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먼저 찾은 곳은 금곡동 알터바위였다. 구포고가교의 공사관계로 제방너머 우회도로를 따라 금곡동에 위치한 알터바위에 도착했다. 옛 사람들은 자손을 얻기 위해 바위에 길죽한 돌로 구멍을 갈며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많이 마모되어 있긴 했으나 바위 표면에 난 여러개의 구멍은 우리 조상들의 남아선호 사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발길을 돌려 천연기념물 309호로 지정되어 있는 구포 대리 당산 나무에 갔다. 높이가 17M에 가슴둘레가 5.5M나 되는 이 팽나무는 500년 이상이나 되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써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 전 빌라공사로 인하여 뿌리가 잘려 반대쪽 가지가 죽고 말았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낙동대교를 넘어오면 바로 보이던 나무였는데 건물들에 둘러싸여 통풍마저 잘 되지 않아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시야도 가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음은 구포의성. 의성 근처에 커다란 구덩이가 몇 개나 파져 있었다. 호박을 심기 위해 파 놓은 구덩이란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곳에 밭을 일구는 것은 무지함 때문이리라. 단속의 손길이 미쳐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이 구포의성은 관내 초등학생들의 소풍장소로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근처를 지나는 도로에서는 이곳이 구포의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정표가 한 개도 없다. 구민이면 누구나가 여기에 문화유적이 있다는 것 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답사지는 만덕사지였다. 1990년과 1996년 두차례의 발굴작업으로 작업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장작불로 난로를 피워 놓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시는 주지스님의 설명을 들었다.
만덕사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절로 공민왕때 충혜왕의 서자 석기가 머물렀던 만큼 그 규모도 어마어마했단다. 절입구를 표시하는 당간지주가 길 건너편에 위치한 걸로 봐서 이 절 규모는 상당했으리라. 3차 발굴이 곧 있을 예정인데 관계자들은 이번 발굴로 만덕사의 역사가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의 유적지 답사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나간 역사를 실제로 보는듯한 감동도 있었지만 우리 주위에 있는 문화재에 너무나 무관심했고 무지했다는 생각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지나치며 무심히 보아왔던 알터바위나 소풍가서 놀기 좋다는 생각에만 그친 구포의성, 만덕사 당간지주 옆에 불을 피웠던 흔적 등은 몰라서 지나치고, 무지해서 훼손한 우리 유적들이었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 중요함을 잊은 대가로 이제 당시의 원형을 보긴 어렵다. 지금이라도 자치단체와 주민 모두 인식을 같이해 이런 유적지를 보호·보존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다.
시간이 모자라 준비한 유적지를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으나 이 소중한 경험을 접으며 가보지 못한 감동진나루터나 율리패총, 병풍사 등 나머지 유적지는 다시 유적답사 길에 오를 그 때를 기약했다.
답사에 친절한 설명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신 낙동문화원 이도희 국장님과 김인남님께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