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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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토 문 화 기 행 - 상학산의 동쪽줄기 파리봉(파류봉)

  • 2000-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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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성 (북구 낙동문화원장.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상학산의 동쪽으로 벋은 산 능선을 끼고 성곽을 따라가면 기이하게 생긴 암봉(岩峰)이 우뚝 솟아 있다. 이 봉우리가 바로 파리봉이다.

파리봉의 지명 유래

파리봉은 금정산 일대의 봉우리 중에서 옛날부터 널리 불려져 온 지명중에 하나이다.
파리봉의 지명은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지명 유래를 조사하다 보면 지역에 살고 있는 고로(古老)들은 산이름을 곧잘 천지개벽설에 연관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천지개벽으로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때 이곳 파리봉은 산 꼭대기에 파리 한마리 앉을만큼 물이 찾기 때문에 파리봉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계봉은 닭 한마리가 살아 남을만큼 물에 잠겨서 상계봉이 되었는데 그래서 상계봉이 파리봉보다 높다고 한다.
이렇게 산 높이를 비교하면서 봉우리 이름에 적당한 사연을 붙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지만 그것이 지명의 유래를 밝혀주지 못할 경우가 많다.
파리봉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파리( 璃)는 불교용어로서 팔보(八寶)중에 하나인 수정(水晶)을 일컫는데 영롱한 수정처럼 빛나는 산 정상의 바위 생김에서 유래했다고 풀이하면서 이것은 금정산이 곧 불국정토(佛國淨土)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리고 파리봉에 인접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한자로 팔이봉(八異峰)에서 유래했다고 이야기 한다.
산 정상 암벽이 사면팔방으로 보아도 각각 다른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기때문에 팔이봉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파리봉을 대부분 산 정상의 바위 생김에 비유하여 그 유래를 밝히고 있다.

파리봉의 원 지명은 파류봉
그런데 파리봉은 파류봉(派留峰)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은 1954년 3월 부산초등교육회에서 발행한 <고적도시로서의 부산>이라는 책 내용이 <항도 부산> 제7호(부산시사편찬위원회 1969년 발간) 동래산성편에 실려 있는데 그 내용에 파류봉의 지명이 밝혀지고 있다.
산성의 죽전(竹田)부락 전방(前方) 산봉이 파류봉(派留峰)이며 별장(別將)이 파군(派軍)하였던 곳이다. 지금은 누각은 없으나 기와 조각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금정산성 성곽이 통과하는 이곳의 산봉우리에 군관아건물이 세워져서 군인들이 파견되어 체류한 곳(派留)으로 파리봉은 파류봉에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 기록에는 망미루(望美樓)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망루(望樓)와 같은 역할을 했을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기와조각이 수습 되었다는 기록을 보면 더욱 신뢰가 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파리봉은 그 기원이 금정산성과 관련된 파류봉(派留峰)에서 유래했음이 분명한 것이다.
지명의 변천은 기록보다 구전(口傳)되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파류봉의 어감이 부르다 보니 파리봉으로 전해져 온것으로 보인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