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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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기념 환경부문 글짓기 최우수 당선작

  • 1997-05-26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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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청은 제25회 환경의날을 기념하기위해 관내 초·중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환경부문 글짓기 대회를 실시했다.
이번 대회는 관내 18개학교에서 64편의 작품을 응모하여 초등부 및 중등부로 나누어 각각 최우수 1편, 우수 2편, 장려 3편을 선정하고 오는 6월 정례 조례시 시상하기로 했다. 초등부 최우수작은 6월호에 게재합니다.



공기도 돈 주고 사야 하나요?


김 정 운 / 모라여자중학교 2-1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아빠는 산을 좋아하시는 편이어서 보통 사람들보다 등산을 자주 하시는데 그 날은 우리 가족을 모두 데리고 가셨다. 산의 중턱 쯤 올랐을 때 이마에는 땀방울이 보송보송 맺히기 시작했고 점점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잠깐 쉬어가기로 하고 바위에 걸터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갈증이 난다고 하시며 물을 찾으셨다.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간 물이 없었기 때문에 아빠는 그냥 산에서 흘러 내려오던 물을 마시려고 하셨다. 그러자 엄마가 아빠를 향해서
“그 물을 어떻게 믿고 마실려고 해요?” 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 산은 흙을 조금만 파헤쳐 보면 깨진 병 조각이 박혀 있었고, 바위 밑에는 비닐봉지가 묻혀 있는 등 인간이 남긴 발자국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직접 그런 장면을 보게 된다면 아무도 그 산에서 흘러내려오던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을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는 것.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옛날 우리 아빠가 내 동생만 했을 적에는 집 앞에 흐르던 개울에서 송사리를 잡으며 놀다가 목이 마르면 아무 거리낌 없이 개울물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사춘기였을 때에는 비가 오면, 뒤에서 잘 생긴 남학생이 우산을 씌워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우산이 있으면서도 괜히 비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로써는 불가능한 일이다. 웬만한 개울이나 얕은 강가에서는 송사리는커녕 피라미 새끼 한 마리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이면 산성비를 맞고 혹시나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산이 없으면 체육복이라도 뒤집어 쓰고는 집으로 뛰어가기가 일쑤이다. 바로 이 모든 일들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코 앞에 닥친 문제인 것이다.
옛날에는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일컬어 왔다고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산이며 강을 둘러보고서는 그런 말을 꺼내기가 무안할 정도이다. 수돗물을 믿지 못해서 값 비싼 생수를 사 먹는 일을 옛날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강이나 산으로 소풍을 가면 썩어가는 듯한 쓰레기 냄새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옛날에는 그리도 많았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 이러한 일들은 우리들의 죄값에 불과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폐수 조금 버린다고 해서 저 넓은 바다가 오염되는 것은 아닐 거야.’ ‘나 하나 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고 설마 온 세상이 쓰레기 천국이 되기야 하겠어?’ 하는 몰상식한 생각으로 남몰래, 눈치를 살피며 슬쩍슬쩍 저지른 일들. 그 죄값을 이제서야 톡톡히 치르게 된 것이다.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어쩌면 공기마저도 돈 주고 사서 쓰는 일이 벌어 질지도 모른다. 정말 물 맑고 공기 좋던 우리나라는 영영 자취를 감추고 마는 것일까? 이제는 ‘금수강산’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밖에 찾을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보다도 물을 더 비싸게 사 먹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우리에게는 아직 한 가닥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의 강산을 맑고 푸르게 보전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마지막 남은 실오라기 한 가닥만을 꼭 붙들어 잡은 채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력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마음 놓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그 날이 오리라 믿으며 이만 글을 마친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