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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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의 문화유산을 찾아서 16 - 구포대리 지신밟기

  • 1997-06-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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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놀이-구포대리 지신밟기

백 이 성(낙동향토문화원장)


지신밟기의 유래
낙동강(洛東江)의 하류 지역인 부산의 북구 관내에는 동네마다 당산나무가 있고 새해가 되면 정월 대보름날 당산제(堂山祭)를 지내고 있다.
당산나무 중에서도 구포(龜浦)의 대리(大里) 마을에 있는 팽나무는 부산·경남 일대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큰 나무로서 수령(樹齡) 500년이 훨씬 넘었는데 국가의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구포에는 금정산(金井山)으로 이어 지는 주지봉(蛛蜘峰)이 주산(主山)으로 솟아있는데 이 봉우리 아래 음정골(陰井谷)을 끼고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대리마을이 있다.
해마다 정초(正初)가 되면 이곳 구포 대리마을에서는 풍물을 치는 사람이 앞장서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당산 앞에서 지신밟기를 시작하여 가가호호(家家戶戶)를 돌면서 지신 풀이를 하던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지신밟기는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지던 민속놀이로서 잡귀잡신(雜鬼雜神)을 몰아 내고 각 가정의 안가태평(安家太平)과 무병장수(無病長壽), 풍농(豊農), 풍어(豊漁)를 기원하던 동민 전체의 놀이였다.
지신밟기는 정초에 액(厄)을 막아야 일년동안의 평안함을 누릴수 있다는 고래(古來)의 토속(土俗)신앙에서 비롯되었다.
지신밟기 풍물패는 부잣집이나, 지난해 농사를 잘 지은 집부터 찾아 가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 마당, 대청마루, 부엌, 우물, 소마굿간, 장독간, 칙간등을 돌면서 목청 좋은 선창자(先唱者)의 메김소리에 풍물 소리를 반주삼아 흥겹게 춤추면서 뛰어 놀았다.
지신밟기를 하면 주인집에서는 주식(酒食)상을 차려나와 대접하고 곡식이나 돈을 내어 놓으면 다른 집으로 향하였다고 한다.
이때 모아진 전곡(錢穀)은 동네를 위한 일이나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썼다.
지신 밟기는 모든 액(厄)이 소멸되고 한해의 복(福)이 보장되는 것으로 믿어 온 백성들의 기원(祈願)이 담긴 민속놀이라고 할 수 있다.
(1) 당산지신풀이
구포 대리당산의 산신과 당산지신 앞에 고사를 지낸 후 지신풀이를 한다.
어리여루 지신아 지신지신 울리자
울리자 울리자 당신지신을 울리자
대법천하 당산신님 재사 천하 당산신님

이당산에 왕래한자 재수점지 하여주소
당산님의 은덕으로 안가태평 하여주고
가는곳마다 정기받아 부귀공명 하여주고
조선팔도 다 댕겨도 소원 성취 이루소서
일년이라 열두달에 하루같이 넘어가소

(2) 우물 (용왕) 지신풀이
당산지신풀이를 하고 내려와 동네 우물터에 당도하여 우물을 다스리는 용왕의 지신풀이를 한다.
어이여루 지신아 용왕지신을 올리자
여기가서도 용왕님 저기가서도 용왕님
동해바다 용왕님 서해바다 용왕님
남해바다 용왕님 북해바다 용왕님

어이여루 지산아 용왕지신 울려주소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만복은 이리로 주인양반 잡수소

(3) 가정방문 지신풀이
용왕지신풀이를 한 후 가정을 방문한다.
① 대문에서
먼저 대문 앞에서
‘주인 주인 문 여소 나그네 손님 드간다.’ 하고 소리치면 집 주인은 ‘문 열었다 들오소’ 하면서 대문을 열면 ‘문 열었다 드간다’ 하며 마당에 들어간다.
② 마당놀이
마당에서 풍물패는 풍물을 울리고 잡색들은 춤을 추면서 마당놀이를 벌린다.
③ 성주풀이
마당놀이를 할 동안 가정의 안주인은 대접에다 정화수 한 그릇과 쌀 한그릇에다 초를 꽂아 불을 켜서 작은 상에 얹어놓고 대청위로 가져와 허리를 굽혀 빈다.
이때 상쇠는 성주풀이를 시작하고 풍물패는 풍물을 쳐서 장단을 맞춘다.
성주신(成造神)은 집을 수호하는 신령을 말한다.
성주풀이의 내용에는 대청에서 안방과 각방치장에 이르기까지 대사가 나온다.
어이여루 지신아 성주지신을 울리자

성주본이 어디메요 성주본이 어디메요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일래라
제비봉에 솔씨를 받아 소평대평을 뿌렸더니
낮으로는 햇볕보고 밤으로는 이슬맞아
타박솔이 되었네 잔솔밭이 되었네
소부동이 점점자라 황장목이 되었구나
가자스라 가자스라 나무비러 가자스라
강원도라 강대목아 둥글박자 박대목아
시렁시렁 톱이야 뚜걱뚜걱 짜구야
양어깨 울러 매고 소평산을 찾아가자

이집 집터 잡으려고 조선팔도로 다댕긴다.
계룡산을 밟아보니 유점사가 좌정하고
지리산을 밟아보니 해인사가 좌정하고
무릉산을 밟아보니 미륵사가 좌정하고
토함산을 밟아보니 불국사가 좌정하고
금정산을 밟아보니 만덕사가 좌정하고
주지봉을 내려오니 구포 대리가 생겼구나
말등고개를 주름잡고 음정골에 집터 닦아

조선팔도를 다댕겨도 소원성취 하여주고
나갈때는 빈손이요 들올때는 알손이요
동서남북을 다댕겨도 만수무강 하옵시고
일년이라 열두달에 과년하고도 열석달
삼백이라 육십일에 안가태평 하옵시고
삼백이라 육십일 하루 아직 같이 넘어가소.
잡구잡신 실어모아 자래등에 실어주소
던져주소 던져주소 낙동강물에 던져주소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을 이리로
만복은 이리로 이집성주를 울려주소

④ 조왕(부엌) 지신풀이
상쇠가 쇠를 치면서
부엌으로 들어가면 안주인은 비손상을 대청에서 부엌으로 옮겨놓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 빈다. 그러면 상쇠의 조왕지신풀이가 시작된다.
어이여루 지신아 조왕지신을 울리자
울리자 울리자 조왕님도 울리자
여기가도 조왕신 저기가도 조왕신
이집조왕은 대조왕 팔만대조왕 울리자

던져주소 던져주소 낙동강물에 던져주소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일년이라 열두달 과년하고도 열석달
삼백이라 육십일 하루아직(아침) 같이넘어가소

⑤ 장독 지신풀이
상쇠가 부엌에서 나와 장독간으로 가면 안주인은 비손상을 장독간의 가에 옮겨 놓고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빈다.
상쇠의 장독 지신풀이가 시작된다.
어이여루 지신아 장독지신을 울리자
흰통으로 만든 메주 한해된장 담궈놓고
붉은콩으로 만든 메주 꼬추장을 담아보자
이집 장을 담으면 꿀맛같이 달아 주고
사시장천 날이가도 변함없이 달아주소

일년치고도 열두달에 장맛좋다고 소문나소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만복은 이리로 이집장맛 변치마소

⑥ 소마굿간 지신풀이
상쇠가 소마굿간으로 가면 안주인은 비손상을 소마굿간으로 옮겨 놓고 절을 하며 빈다.
상쇠는 소마굿간 지신풀이를 하게 된다.
어이여루 지신아 지신지신 울리자
우미대마를 울리자 청초 말을 울리자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만복은 이리로 우마대마를 울리자

⑦ 칙간(변소) 지신풀이
상쇠는 소마굿간에서 나와 바로 칙간으로 가면 안주인은 이곳에다 비손상을 옮겨 놓고 빈다.
상쇠는 칙간 지신풀이를 한다.
여루 여루 칙간야, 칙간지신을 울리자
구린내도 막아주소, 이질도 막아주소
설사도 막아주소, 곽란도 막아주소
오뉴월 변소에, 구린내도 막아주소
잡귀잡신을 물알로, 만복은 이리 다 오소

⑧ 대문 지신풀이
칙간 지신풀이를 끝으로 상쇠는 쇠를 치면서 다시 대문쪽으로 나와 대문을 다스리는 수문 지신풀이를 한다.
여루여루 대문아, 대문지신을 울리자
키 큰 도둑 막아 주소, 손 큰 도둑 막아 주소
고무 도둑은 막아 주소, 왼갖 도둑 다 막아 주소
잡구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 다 오소

⑨ 대문 지신풀이가 끝나면 풍물패는 잡색들과 어울려 한바탕 신명나게 놀게된다. 그리고 집주인이 차려 놓은 음식을 먹고 난 뒤 가정에서 사례로 내어놓은 곡식을 지게에 지고 다른 집으로 향한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