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론 - 효행(孝行)은 백행(百行)의 근본이다(최 해)

  • 1997-05-26 00:00:00
  • admin
  • 조회수 : 864


최 해 갑수필가/화명출신

일찍이 여류시인 노천명(盧天命)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는가 하면 또 요즘은 이 달에 “어린이 날” “스승의 날” “어버이 날” 등 일년 중에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라고 해서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이런 뜻 깊은 달에 즈음하여 요즘 신문지상에서 부모에 대한 패륜아들의 불효 막심한 기사를 보는데 볼 때마다 “어버이 날”을 더욱 명심 있게 맞이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이 용서하지 못할 패륜아들이 어찌 우리 미풍양속인 가족제도에서 일어나는가를 생각해 보니 어려운 말로 교육 운운할 필요 없이 핵가족으로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데다가 물질 만능주의로 자기만을 아는 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대사조를 볼 때 좀 케케묵은 교육 방식이라고 할지 모르나 옛 사람들의 부모에 대한 효성(孝誠)의 이야기들이 절로 떠 오른다. 우선 우리의 부모에 대한 깊은 뿌리는 “효행(孝行)이 백행(百行)의 근원”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보면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읊은 풍수지탄(風樹之歎)의 시조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가신 후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 뿐인가 하노라” 이의 구체적인 예는 왕상(王祥)이 한 겨울에 잉어를 잡아 병중에 계시는 부모에게 드린 효도의 이야기다. 또 하나는 어머니가 중병으로 누워 있을 때 지극한 효자가 백약을 다 써 보아도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라 한참 걱정하고 있는데 하루는 어느 스님이 와서 효자의 근심하는 모습을 보고 “당신 어머니의 병은 지금 방에 누워 있는 당신 아들을 삶아드리면 단번에 낫는다”고 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 말을 듣고 당장에 방에 들어가서 누워자는 자기 아들을 안고 나와 가마솥에 넣어 삶았더니 이것이 아들이 아니라 큰 인삼(人蔘)이었다. 이 인삼을 먹은 어머니는 단번에 나아졌다고 하는 이야기다.
이렇게 효성이 지극하면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부처님도 도와준다는 절실한 교훈이다.
시대가 아무리 각박하다지만 만물의 영장(靈長)인 사람이 자기 부모를 학대(虐待) 하는가 말이다. 이는 반포조(反哺鳥)라고 하는 까마귀도 커서는 어미 까마귀를 먹여살리는데, 불공 대천지 원수처럼 같은 하늘아래 살 수 없는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버이날을 계기로 또 하나 옛 사람들의 교훈을 들어본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아(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 했는데 이를 쉽게 말하면 부모에게 받은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면서 부모에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핵가족으로 함께 살지 않을 망정 정신만은 혼정신성(昏定晨省)의 교훈을 마음 속에 간직하여 자주 전화로 안부라도 물어야 한다.
끝으로 이런 옛 사람들의 효행(孝行)과 효심(孝心)도 좋지마는 나는 이 5월에 어버이 날 을 맞을 때마다 부르는 노래 곧 “……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셨네……”라는 노래도 앞의 옛 교훈과 함께 한시라도 잊지 않고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이 지극한 효심이라고 생각한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