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시론-『아름다운 북구 만들기』 사업(최화수)

  • 2000-07-25 00:00:00
  • admin
  • 조회수 : 908
최 화 수 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대표회의는 입주민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아파트는 많은 세대가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주택의 특성이 있다. 동대표회의가 가장 역점을 두고 정성을 쏟는 부문도 이웃과 더불어 쾌적한 공동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아파트의 환경을 아름답게 조성하는 일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아파트 환경을 위해 동대표회의는 여러 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차질서 확립이다. 우리 아파트는 세대당 1.5대 이상 충분한 주차시설이 확보돼 있어 주차공간이 오히려 남아돈다. 얼핏 생각하면 동대표회의가 굳이 주차질서 확립문제를 들고 씨름 하지 않아도 될 것도 같다.
그런데 입주민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차질서 관련 방송을 반복해서 듣는다. 뿐만 아니라 각 라인 게시판마다 주차와 관련한 당부 말씀이 계속 나돌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 가장 강조되는 것이 ‘주차선 내 주차’와 ‘전진 주차’이다. 주차선이 그어진 안에 차를 세우고, 주차를 할 때 전진 방향으로 세우라는 것이다.
주차선은 입주민들이 아파트를 드나들 때 불편하지 않게끔 충분한 공간을 남겨두고 그어져 있다. 그런데 주차선 밖의 그 공간에 차를 세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하 1, 2층의 주차공간은 비워 있는데도 굳이 그곳에다 주차한다. 전진주차는 지상은 화단의 수목에 매연 피해가 없게끔, 지하는 벽면의 청결이 그 목적이다.
이 간단한 주차질서 캠페인은 쉽게 결실을 맺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성과가 없다.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질서 방송을 되풀이하고, 게시판에 홍보전단을 계속 붙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너무 쉽고 간단한 이 일이 왜 안 지켜지는가? 가만 눈여겨보면 주차질서를 어기는 자동차는 언제나 정해진 같은 차였다.
하루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지켜보았다. 여성운전자가 ‘주차금지’ 입간판앞에 자동차를 들이밀자 그녀의 딸이 조수석에서 뛰어내려 잽싸게 입간판을 한쪽으로 밀어냈고, 그 차는 주차선 밖으로 들어와 버젓이 주차했다. 차 앞 유리에 관리사무소 명의의 ‘경고’가 나붙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그것은 번번이 무시당했다.
자동차를 지하에 주차하면 다소 불편이 따른다. 그 불편은 누구에게나 꼭같다. 그런데 그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과 외면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 공동체 생활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전진주차’를 당부해도 ‘후진주차’를 하는 차는 언제나 그 차다. 그런 사람들과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아름다운 북구 만들기>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지된다고 한다. 특히 권익구청장이 “아름답다는 것은 깨끗한 공기, 맑은 물, 푸른 숲 등 자연의 본모습”이라며 “올해 안으로 <아름다운 북구 만들기>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우리 구민은 자연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대한 기대로 한껏 고무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삶을 누리고 싶어한다. <아름다운 북구 만들기>는 우리들의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 지역 주민의 신선한 희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자체의 의욕이나 예산 반영 못지 않게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필요로 한다.
깨끗한 공기, 맑은 물, 푸른 숲을 되찾는 것 이상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사업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편의만 좇는 편협된 이기심으로 아파트의 주차 질서 하나마저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 추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