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청소년 생활수기 - 우리 마음 속의 장애

  • 1997-08-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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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덕여중 3-5 박 소 영

중학교 1학년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애인 복지관이라는 곳을 갔다. 여러 친구들과 어울러서 마치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건물에 들어서자 원장님께서 반가이 맞아 주셨다. 우린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건물을 둘러 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아이들의 괴이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들만의 의사소통을 하는 모양이었다.
“야, 무섭다. 우리 그냥 가자.”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냥 가? 같은 인간인데 잡아 먹기야 하겠니? ”
“그래도 왠지 으슥한게 좀 무섭다” 정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두려움과 호기심, 흥미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그 때는 처음 가본 곳이라 그럴만도 했다.
대충 마음을 정리하고 우린 청소를 했다. 장애인 아이들의 모습을 손가락질하며 킥킥대던 친구 그 아이들이 오가는 곳을 피해가며 청소하던 친구. 우리는 그들을 정상인 인 우리와 멀찍이 떨어뜨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청소가 끝나고 원장님께서는 우리에게 아이들과 놀아 주라고 하셨다. 우리는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서로 먼저 가라고 등을 떠밀다가 결국은 슬그머니 들어가 아이들과 떨어진 곳에 앉았다. 어쩌다가 한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오면 우린 소리치며 도망을 갔다. 그 때 난 한가지 그림같은 모습을 보았다. 그 곳의 직원이 한 아이의 옷을 갈아 입혀주며 안아주고 장난을 걸고 볼에 입을 맞추고 하는 하나의 그림같은 모습을 말이다. 그것이 왜 그리도 아름다워 보이던지 우린 그 때서야 철없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린 그 아이들의 등에 끼어 앉았다. 정말 여러가지 모습들 이었다.
TV에서만 봐 오던 바로 그 아이들 소아마비로 손과 발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꿈틀거리며 누워만 있던 정석이, 간질로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앞으로 고꾸라져 이마가 온통 멍투성이던 재원이 무슨 병인지 걷지를 못해 무릎을 끓고 앉아 팔로 움직여 다니던 민석이 만화책에 있는 글을 옮겨 적으며 자랑을 했었다.
그 아이들의 웃음에 우린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웃음은 감히 내 입에 올릴 수도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순수’라는 것이 배어 있었고 깨끗했다 이렇게 느끼고 감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점심때가 되었다.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 줘야 했다.내가 먹여줘야 할 사람은 맹인이었다. 시력이 나빠 앞이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알 자체가 없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입에 가져다 대면 그 느낌으로 입을열었다.
“맛있어요?”
내 물음에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내가 먹인 아이는 재원이라는 꼬마아이였다. 무릎에 앉혀서 먹여주었다. 속눈썹이 길고 눈도 참 이뻤다. 그 아이의 침대에는 이렇게 적힌 푯말이 있었다. 성명 - 최재원, 나이- 7∼10 발견장소 - 명장동 놀이터 이렇게 귀엽고 이쁜 아이를 버린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얼마나 잘난 사람이기에 부모로서의 책임도 다 하지 않은 체 이 아이를 버린 것인지 우린 경계심, 두려움, 동정심 같은 것들로 우리와 멀찍이 떨어뜨려 놓았던 그들을 어느새 ‘사랑’이라는 공동체로 묶어 놓았다.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 정석이, 우린 누워있는 정식이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정석이에게 장난삼아
“나 이쁘지?” 라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석이는 겨우 혀를 돌려 “응” 이라고 답했다. 우린 모두 웃었고 정석이는 우리가 웃는게 좋은지 무슨 물음이든 ‘응’ 이라고 답했다. 정석이 그 아인 아름다운 아이다. 혼자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난 분명 장담한다. 그 아이는 아름다운 아이다.
그 아이들의 장애를 이유삼아 부모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그 어른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모습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기 전에 자신을 한번 보라고 자신의 마음의 장애를 뉘우치라고 말이다.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마음의 장애를 앓고 있다. 그러면서도 뉘우치지 못하는 우리 그것은 그 아름다운 아이들에 비해 너무도 흉한 모습이다.
우리는 돌아 올 시간이 되어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어떤 아이는 옷을 잡으며 못가게 했고 어떤 아이는
“또 가?” 하며 토라졌다.
“또 올께” 하며 장담할 수 없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그곳을 다녀온 뒤 내게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아마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길거리에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마주치면 예전과 달리 쳐다보지 않고 못본척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지나치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찮은 동정심이 가득한 눈길 그런게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같이 대해 달라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또 가볼 생각이다.
달려드는 아이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꼬옥 껴안아 줄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