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 2000 학생글짓기 대회 최우수작 - 가시고기를 읽고…

  • 2000-10-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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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보다 더한 아버지의 사랑

황은진 / 대천리중 2학년

“진희씨,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게 아니래.”
간암에 걸려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은, 백혈병이라는 병이 괴롭히고 있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사실을 들킨 후 빙긋이 웃으며 그 사람에게 했던 얘기다. 난 가시고기를 읽으며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이미 한 번 재발했었던 백혈병이 또 재발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열살짜리 아이, 다움이. 너무나 많이 아픈 나머지 차라리 죽기를 원하며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느냐고 물었던 가엾은 다움이. 이 다움이의 친구 성호가 죽었을 때 눈물을 머금었고 다움이가 골수를 이식받다 완치 되었을 때 기쁨으로 울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를 이혼했었던 아내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정을 떼기위해 아이에게 냉정하게 대해 아이가 울며 뛰어가던 뒷모습이 사라졌을때 결국 혼자 울음을 토해내던 장면에세 울었다.
잘 가라, 아들아.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 너이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 너의 따뜻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 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하지만 아들아 아아, 나의 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너는 이 아빠를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겠지. 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와 동행하는 거란다. 영원히, 영원히….
아들과 헤어져 혼자 울던 때에 아버지가 생각했던 말이다. 이 부분에서 제일 많이 울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백혈병에 고통받아온 다움이보다 나는 다움이의 아버지, 정호연에게 더 깊은 동정을 느꼈다.
어린시절부터 그의 운명은 마치 저주라도 받은 듯 불행의 연속이었다. 광업소에서의 사고로 정호연의 아버지는 왼쪽 다리를 잃고 플라스틱 의족에 의지해 살았다. 그리고 그후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매일 술만 마시던 아버지는 정호연의 손에 쥐약을 쥐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는 정호연을 파출소앞에 둔 채 사라졌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힘든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그 힘든 인생과 싸웠고 결혼을 할 수 있었고 아이도 생겼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날, 아내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한다는 부탁하지도 않는 각서와 함께 결국 둘은 이혼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이는… 백혈병으로 몇년동안 고생하고 있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한 인생이 이렇게 비참할 수도 있던가. 그러나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한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아이의 치료비를 위해 자신의 눈마저 팔아버린 그런 사랑, 아이 대신 아플수 없음을 아파하던, 어떻 든 아이의 행복만을 빌던… 자신이 간암 말기이며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을때도 아이가 골수이식 받아 완치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며 다행스럽게 여기는...아버지의 사랑.
이혼한 후에 단지 아이의 재능이 탐나 포기한 양육권을 되찾으려는, 아이의 어머니의 그것과는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한 사랑, 그런 사랑말이다.
정호연은 자신이 간암으로 죽으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아이가 이제 겨우 완치해서 이제서야 아이와 걱정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는 데도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를 건네주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사랑아닐까...
다움이가 다움이 아빠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