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희망의 새아침, 다시 시작합시다

  • 1998-01-22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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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짐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 찬란한 새해는 이웃과 함께 소중한 꿈을 키우자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일이다. 버스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다. 0
“우산 고치이소”외치는 낯익은 아저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길가에 떨어진 휴지도 줍는 일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일이다.
아버지에게도 용기를 주는 일이다. 덜쓰는 일이다.


무인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 출발, 다짐, 기원을 빌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IMF 한파 첫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하고 무겁지만 그래도 우리는 새해 야무진 꿈들이 뜨겁게 영글고 있다.
저, 호랑이의 용맹을 보라.
하루의 계획은 정초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IMF를 이기자고 소리만 높여 갈것이 아니다. 착하기만한 흥부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이 사무치게 지나온 그길, 흥부같이 쓰라린 배고픈 시대를 통과해 온 사람들이다. 얼마나 가난에 힘겨워했는가. 배고팠기에 한스러웠기에 배불리 먹고 싶었다. 좋은 옷으로 좋은 집에서 덩덩 거리며 살고 싶었다. 천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자식이기에 온실속의 화초처럼 키웠다. 그래서 자기만 봐달라고 으스대기만 한다. 벼락부자가된 흥부네 식구들처럼 우리는 한껏 가난에 한풀이를 한 격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누구에겐가 돌려줄 차례다.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일이다. 버스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다. ‘우산 고치이소’ 외치는 낯익은 아저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길 한가운데서 봉변을 당하면 아는체 하는 일이다. 길가에 떨어진 휴지도 줍는 일이다.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일이다. 아버지에게도 용기를 주는 일이다. 덜쓰는 일이다. 우리는 지혜롭고 용맹스런 호랑이의 기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낡은 고무신 주고 비누 바꾸었던 ‘짤랑 짤랑’ 엿장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아아 까치까치 설날에는 달콤하고 구수한 호박떡을 해놓고 객지에 나갔던 사람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맞이하며 도란도란 정을 나누자. 우리의 이 앙다문 다짐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찬란한 새해는 주변사람들과 더불어 소중한 꿈을 키우자.
5천년 역사를 지닌 우리의 저력을 자랑삼아 힘찬 발걸음으로 출발하자. 전화위복의 좋은기회다. 곧이어 앙상한 가지마다 새잎이 파릇파릇 싹트는 초록의 계절은 어김없이 올 것이므로.
· 글 이도연 (시인) ·사진 김종태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