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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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서당 예찬

  • 1997-12-26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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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혜경(구포3동)


서당 - 하면 옛 것에의 향수어린 어휘여서 막연한 그리움이 일어나는 낱말이다. 만추의 계절이 깊어갈 무렵 동사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백양서당에 입당을 하였다.
단정한 자태로 서예를 즐기시며 품위있게 노후를 보내시던 분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춰졌던 기억들은 언제고 나도 맞이해야하는 노년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처녀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서예를 뒤늦은 불혹의 나이에 이제야 비로소 시작을 해보리라는 결심으로 천자문을 펼쳐놓고 책상앞에 앉았다. 명심보감의 삶의 지표가되는 좋은 글귀들을 훈장선생님의 자상한 강의에 소아적 학생이던 감성으로 귀를 기울이며 경청을 한다.
여가선용의 어떤 어떤 모임의 프로그램보다도 인영교육의 값진 시간임을 날이 거듭할수록 더욱 느껴진다.
1개동 1서당 운영 방침하에 구청장님의 관심어린 지원과 배려에 우리 백양서당도 작년 봄에 발족을 하여 훈장님이신 송 암선생님의 지극한 지도하에 그림이며 글씨가 능숙한 교우들이 많다.
각자 취향에 따라 한문이며 사군자에 심취하여 열심히 하고있다. 이제 붓을 잡은지 두어달 밖에 안돼 언제나 나는 저이들처럼 잘 쓸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과 서툰 나의 솜씨에 부끄러움이 앞서 한자 한자 써내려 갈 때마다 화선지를 덮어놓기 바빴다.
처음엔 알맞은 먹물의 농도조차 몰라 먹을 덜 갈은 탓에 가뜩이나 서툰 글씨체가 화선지에서 번져나가기 일쑤였고 비스듬히 꼬여져 여러날동안 기분이 무겁기만 했다.
생각대로 되지않는 부족함에 자신이 불만스러웠다.
그래도 날이가고 쓰고 또 쓰다보면 언제고 터득되는 순간이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관하였다.
꾸준히 마음을 비우고 그저 꾸준히하면 된다시며 늘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지구력과 인내심을 키워주시는 훈장님의 친절함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젊은날에 꿈꾸워왔던 노년을 맞이하는 준비로 20년을 내다본다고 해보자.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꾸준하게 써나가다보면 발전이 있겠지하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주며 철부지 학생들이 선생님을 맹복적으로 따르듯 붓을 잡는 서당에서의 시간에는 최선의 노력을 즐거이한다.
못쓸까봐 걱정하면 그 생각이 방해되어 더욱 글이 안된다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잡다한 여러 생각에 시달려 있노라면 붓끝은 분명하게 반응을 보여준다.
빈 마음으로 순간이나마 무아의 경지(?)에서 한획 한획 써 나갈때 글씨의 모양새가 자리잡아가며 조금은 만족한 획이 되어간다.
요즘같이 교육열이 급등하는 시대에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주부들이 서예를 직접하므로써 얻어지는 가치관은 자녀를 교육시키는 한 방법으로 권하고 싶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