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독자마당 - '97년을 보내며

  • 1997-12-26 00:00:00
  • admin
  • 조회수 : 615


                     권무련(화명동)


백지 몇장과 펜을 앞에두고 올해 내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1996년말 새해 달력을 바꿔 걸면서 1년치의 우리집 대·소사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한해 살림을 어찌 꾸려 나갈까 생각했었는데 벌써 달랑 한 장만 남아있다.
올해를 반추해보면 속 좁은 탓에 큰 기쁨보다 조그만 섭섭함과 속상함들이 때론 내게 산만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일 큰일은 아들이 군에 간 일이었다. 요즘 IMF와 관련된 뉴스와 신문 한 장이 큰 바위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고, 우리사회 일부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평범함과 성실한 소시민이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나는 많은 것을 가졌다.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도 있고, 건강한 아들 딸도 있다. 풍족하진 않으나 많은 것을 소유했고, 혜택 받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 가는데도 한번씩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사서 이사가는 친구의 소식에, 자기차를 샀다고 태워준다는 친구의 전화에 한번씩 초라해지는 나를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매일같이 계속되는 부도 소식과 실업률 증가 소식, IMF에서 빌어 왔다는 빚소식, 뜀박질로 치솟는 물가 소식에서 밝지 않는 앞날을 본다.
그러나 늘 자신을 정돈하고 추스리며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분명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오리라고 확신한다.
한해를 접으면서 올해 베풀어주신 많은 분들께 따뜻한 위로의 말 한 소절로 내게 도움을 준 분들게 새해 맞이 카드라도 만들어 보내야겠다.
지난 가을 통도사 산행 길에서 주어온 빨간 단풍 잎이 책갈피에서 곱게 마르고 있다. 이것들을 곱게 붙여서 새해 좋은 꿈 꾸시라 부쳐야겠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