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일본 지방자치단체 국제교류세미나를 다녀와서

  • 1997-12-26 00:00:00
  • admin
  • 조회수 : 872


                                              박 영 림 / 부구청장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등한 관계 유지
세계화시대를 맞아 민간중심의 실질적인 국제교류 중요
건실한 주택문화와 우수한 쓰레기 처리시설 감탄

지난 11월10일부터 15일까지 5박6일간 일본자치단체국제화협회(clair) 초청으로 국제교류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초청방문 목적은 21세기에 대비한 지방자치의 발전 방향과 국제교류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쓰레기소각장을 비롯한 문화와 도시 시설현황등 선진행정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시대적 흐름속에 개최된 이번 동경국제세미나는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구일 오전10시20분 김해국제공항을 이륙한지 1시간30분만에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 숙소인 동경파크호텔로 향했다.
나리타 공항은 선진국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으며 입국 수속은 상당히 엄격하여 장시간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1시간 정도 입국 수속을 마치고 출입구로 나오니 국제화협의회 직원이 clair라는 표말을 들고 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방국제화 재단 박극수 총무부장, 변성환 사무관, 임헌용 홍성군 부군수, 배기동 화순군 부군수, 강태규 영덕 부군수 일행을 공항 대합실에서 만났다.
숙소로 가는 리무진 버스 차창너머의 산림은 울창했고 연변 가옥들도 산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가운데 펼쳐져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했으며 군데군데 대나무 숲은 자유로움 마져 느끼게 했다.
도심에 들어서니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인지 도로는 2중, 3중의 고가도로로 완벽하게 건설되어 있어 사회간접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은 깨끗하였으며 문, 화장실, 엘리베이트, 복도등 시설물은 전혀 빈틈이 없어 보였다.


■ 동경 국제 세미나
일본 자치 50년사를 기념해 개최된 동경국제교류 세미나는 13개국과 일본 자치단체에서 200여명이 참석하였고 규모나 내용면에서 큰 국제 행사였다.
10일 오전10시 개최된 세미나에서 일본 이노구찌(女. 예일대학 정치학박사) 교수의 기조연설은 인상적이었다.
세계는 지금 21세기를 대비한 큰 변화가 일고 있고 89년 냉전 종식후 8년은 군사우위에서 인간우위 사회로 변모되어 가고 있으며 일본은 냉전시대에는 별 역할이 없었으나 지금은 경제대국으로서 역할이 강조되고 또 오늘날 지자체는 국제관계에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중앙 정부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국제협력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제교류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 상대국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하며 문명은 이질적인 상태에서 태동한다고 전제하고 자기것만 추구하는 완벽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제간 상호 좋은 질문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론에서 국제사회는 군사중심에서 서로의 문명을 이해하는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하며 따라서 일본은 경제대국이라는 자기도취는 금물이며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째는 분과별 심포지움이 있었는데 나는 국제협력분과 위원회에 참석했다. 일본 지자체 국제협의회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21세기는 세계의 절반이 도시화 될 것이요 2025년 도시화는 75% 수준에 도달하고 2050년에 인구는 98억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경제의 자유화가 가속되고 빈곤과 실업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중앙 집권은 곤란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에는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평등한 파트너가 되어야 하며 세계도시는 유사하게 될 것이므로 철저한 도시관리가 요구되며 국제도시간의 협력과 우호증진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기조연설에 이은 토론회에서 8개국의 지자체에서 발표가 있었는데 일본 구마모토시는 독일하이델베르그시와 환경, 의약 부분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일본 북해도 삿보르시는 북방4개국 (몽고, 소련, 중국, 미국)과 겨울철 유사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방권 국제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필리핀 코트바트시 부시장은 제도와 이념의 제약이 있는데 어떻게 협력이 가능한지를 장황하게 유창한 영어로 자국의 현황을 설명한 뒤 질문하였다.
질문겸 답변에 나선 나는 삿보르시와 구마모토시의 국제협력에 성공한 구체적 원인에 대해 질문과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GROVAL 時代에 이념을 초월해서 화해와 협력을 적극추진해야 할것이라는 요지의 답변을 하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치 않았으며 질의한 부시장은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고 저녁 리셉션장에서 간단한 선물까지 주는 성의를 보여 서로 명함을 교환 하면서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오사카 미노시 방문
삼일째 일행중 부군수들은 다른 일본의 지자체와 교류 방문을 위해 일찍 떠나고 남은 우리는 오사카 미노시와 국제협력관계를 모색하기위해 미노시 국제교류담당 직원의 안내로 오후 1시에 오사카를 향해 신간센에 몸을 실었다.
3시간 걸려 오사카에 도착한 일행은 미노시에서 유일한 관광호텔에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는 하시모토 시장과 3명의 부시장, 의회의장, 국제협의회이사장, 교민, 사회민간단체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환영행사에 이어 리셉션이 있었는데 노래도 부르면서 서로 우의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하시모토시장은 매우 겸손한 분이었고 술을 못하는 편이었다. 나는 인사말에서 환영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아울러 우리 교민의 지위향상과 양시(市)간에 우의 증진과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숙박은 민박(Home Stay)을 하였는데 나는 우리 교포2세인 김종기(金鍾基)씨댁에서 3일간 신세를 졌다. 방문 2일째는 시청방문과 시찰, 3일째는 오전에 시장실에서 협력의사 교환회를 끝으로 공식일정을 마치고 오후에는 시내와 오사카성을 관광하고 저녁에 교민들의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미노시는 오사카부의 9개 기초단체중 하나이고 인구는 12만2천명으로 비교적 적은 도시이나, 9개시중 가장 소득이 높고 살기좋은 도시로서 이미 뉴질랜드와 국제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하고 있었다. 미노시의 국제교류는 재단법인 국제교류협회가 주관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협회의 연간예산은 80억원이며 조직은 시에서 파견된 직원3명과 민간인 4명으로 구성(회장은 민간인)되고 시에서 지원한 6억엔과 민간 기탁금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운영된다. 우리도 이와같이 민간중심의 실질적인 국제교류를 모색해야겠다고 생각되었다. 하시모도시장은 자매도시외에 외국에 가본일이 없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 시민들이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 마음에 와닿은 것이 많았다.


■ 일본의 사회, 문화, 시설
신간센열차에서 차창밖으로 본 일본의 도시는 도시간 구분없이 연결되어 거대도시화 되고 거의 비슷하게 발전되고 있었다. 아파트는 대개 4∼5층 정도의 높이고 건물들은 혼란하지 않은 흰색위주의 단조로운 색깔이며, 산자락에 위치한 집들은 산의 형태를 변하지 않고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건립된 것을 보고 우리와는 많은 차이점을 발견 하였다.
미노시의 주택들은 어떤 재난에도 견딜수 있도록 아주 견고하게 건축하고 방음 방열에 효과가 뛰어난 창호지(문종이)를 많이 이용한다고 하였다.
미노시의 국립공원은 설악산 못지않게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였고 산 8부능선에 유치한 1일270t 처리 능력을 갖춘 쓰레기 소각장은(92년 완공) 공해가 없는 훌륭한 시설로서 우리구의 난제인 소각장 설치에 좋은 모델이 될까 싶어 유심히 관찰하였다. 500명을 수용하는 시민회관은 그들의 문화수준을 짐작케 했다. 미노시 노인건강센타는 65세 이상 노인이 1주일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서 시설과 장비의 최신 시설은 물론 행정서비스도 돋보였다. 특이한 것은 도시내 곳곳에 논, 밭이 있어 이유를 물으니 소유자들이 농사를 짓고 싶어하여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말에 우리의 도시생활과는 다른 일면을 엿 볼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하였으며, 교복은 우리와 같이 단정하게 입고 다녔다. 나를 3일간 머물게 해주신 교포2세인 김종기{(金鍾基)-부인 신점분(申点粉)}씨는 개인사업을 하시면서 한국 민단 업무에 봉사하고 있었다. 1년전에 지은 집에서 두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뿌듯했다. 머무는 동안 우리 교민들의 일본의 생활상과 우리나라 발전상에 대하여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이야기 했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이 저축에 힘쓰고 거짓없이 성실히 일하는 일본 국민성을 힘주어 말하곤 했다. 바쁜 와중에도 직접 차를 운전하여 태워 주시고 정성스런 음식과 침실의 따뜻한 배려와 관광안내까지 해주신 깊은 정성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교민회에서 우리 일행에게 각자 해온 음식으로 대접해주고 우리노래를 부르며 함께 해 주신 교민들에게 감사드린다. 미노시 인권문화센타에서 추진하는 교류행사로서 금년에 이어 98년 2월28일∼3월1일에 개최계획인 『샛바람』이란 행사는 금년에 부산시 풍물단이 참여한바 있어 우리구의 풍물단도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 귀국하면서
길게잡아 2시간 거리에 있는 우리의 이웃 일본은 GNP 3만 6천달러의 경제대국이면서 결코 낭비하지 않고 근검절약하는등 자성, 자숙하는 단계에 와있으며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교류를 통한 세계질서로 주도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세계화 정보화는 냉전체제가 붕괴한 현대의 시대적 상황이며 특히 21세기 GROVAL 시대를 대비해 일본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었다.
우리도 근검절약하는 습관으로 현금의 IMF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21세기에 능률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지자체의 국제교류와 협력증진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지방자치 행정의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하시모토 미노시장을 비롯한 의회의장, 교류협의회이사장, 시관계자 그리고 김종기(金鍾基)씨 부부와 통역에 수고해준 오사카 대학원에 유학중인 김화영 양, 교민 여러분의 따뜻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