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우·리·의·맛 - 겨울철의 영양보고(寶庫) 김장

  • 1997-11-25 00:00:00
  •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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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고갱이 한입에 즐거웠던 잔치

김장은 예로부터 우리민족의 가장 중요 월동준비의 하나였다. 〈동국세시기〉10월초에는 「서울 풍속에 무 배추마늘 고추 소금으로김장을하여 독에 담는다.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김치담그기는 민가에서 1년중 중요한계획」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고추가루를 넣어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것은 조선후기 고추가 국내에 유입된 이후였으며 그 전에는 소금과 젓갈등으로만 김장을 했다.
그리고 「김장때는 아홉방 부녀가 다나온다」 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좀처럼 다니지 않던 규중처녀도 김장때에는 나온다는 말로 김장의 중요성을 대변한 말이며 「김장은 반 양식」이란 말도 있는데 오랫동안 싫증을 안내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김장은 아낙네들의 품앗이를 통해 이루어졌다. 행주치마를 두르고 한옆에 소금에 절여 놓은 배추를 깨끗한 물에 씻어 소쿠리에 건져놓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파와 무를 썰고 마늘을 빻고 고추가루를 젓국에 재워놓는다.
막상 배추 버무리는 작업이 시작되면 저고리 소매를 걷어부치고 빨간 양념을 배추사이사이에 알맞게 끼워 넣는다.
김장을 도와주는 아낙네들의 흥겨움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모든 동네사람들이 한사람씩 이들의 입을 거친다. 누구는 어떻더라며 흉을 보고 깔깔댄다. 아이들도 덩달아 신난다. 배추고갱이 한입 얻어 먹으려고 김장마당을 기웃댄다. 점심때는 출출했던 아낙네들의 입맛을 돋구고 버무린 김치를 찢어 뜨거운 밥에 걸쳐 먹으면 그 매운 맛에 입안이 얼얼하다.
또 김장김치의 종류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농가월령가〉(1816)에는 무김치 배추김치 젓국지 장아찌 등 4종에 불과했으나 〈조선요리 제법〉(1930)에는 9종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80년대에는 배추김치 동치미 깍두기 총각김치가 고작이었다.
이러한 김치의 장점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오랜세월동안 겨울철 김치는 한국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부식으로 신선한 채소 섭취가 불가능한 겨울철에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 B군 등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익는 동안 생성된 유기산은 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섬유질은 변비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왔던 김치. 올 김장은 온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함께 담아보는 것이 어떨까?

최종수정일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