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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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를 타고 디로딩을 즐겨보지 않겠는가!

  • 2021-07-26 19:37:14
  • 정영미
  • 조회수 : 1003
박귀자 / 부산광역시 학생예술문화회관 관장
 
요즈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많은 부분에서 주춤거리곤 한다. 일상의 평범했던 순간들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오니 코로나 감염을 피하려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한편으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길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바람 앞에 선 등불처럼 안전에 대한 위험을 느끼면서 코로나 블루(우울)를 겪는다.

그래도 일 년 반을 넘게 이 불편한 현실 속에 지내다 보니 나름대로 대처할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지쳐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떠오른 영어단어인데, 바로 ‘디로딩’(deloading)이다. ‘촘촘하게 짜인 계획에서 잠시 벗어나 컨디션을 조절하고 회복하는 행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과 근심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나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쉬는 방법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특별한 계획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서는 ‘디로딩 기회를 갖는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기분을 의식적으로 바꾸고 행동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마음먹고 나면 못할 것도 없다.

코로나를 타고 나만의 디로딩에 나서보자. 뭘 해볼까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면 최근에 개인적으로 좋았던 경험을 하나 추천해 본다. ‘솔북이 에듀파크’ 산책로 따라 걷기다. 구포동 구명역 2번 출구에서 가까운 ‘솔북이 에듀파크’는 네 개의 공공기관(한국환경공단 환경사랑홍보관, 구포어린이교통공원, 부산솔로몬로파크, 부산광역시학생예술문화회관)이 교육벨트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시원한 나무그늘을 따라 매미소리를 들으며 공원 데크를 따라 오르다보면, 끝자락 야트막한 동산에 우뚝 솟아있는 건물이 있는데 바로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이다.

부산시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공연, 전시, 체험, 축제 등에 참여하면서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끼고 고운 심성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학교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일부 시설은 시민들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지만, 외부 산책로는 사시사철 개방되어 있다. 이 언덕에 오르면 도시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풍광들을 사방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힘든 삶 속의 디로딩, 도심 속의 자연,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별바라기 마당에 서서 디로딩을 해보자. 설움을 이겨내고 울타리를 만든 인동덩굴에 눈을 맞추고, 팔손이에게도 길을 물어보자. 연못에 핀 수련에게 사랑을 전해주려는 듯 부리에 하트까지 달고 날아온 비둘기의 날갯짓도 마음에 새겨두자. 발아래로 보이는 낙동강에 황금빛으로 내려앉은 노을의 수고로움까지 카메라에 담아두자. 온 자연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호기심어린 질문에 귀 기울여줄 것이다. 어떤가, 이만하면 가까운 곳에서 충분히 즐길만한 디로딩 장소가 아닌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곳을 추천하는 건 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있을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픈 마음에서이다.

꿈은 꾸어야 이루어진다. 자신의 분야에서 꿈을 이루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주 업무시간 보다 디로딩 하는 시간에 결정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디로딩을 해보자. 누구나 ‘코로나 블루’ 라인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다면, 그 때 비로소 우리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이다. 신나는 놀이마당도 동시에 열어우리 함께 희망의 찬가를 불러보자.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힘든 일에 직면하더라도 일단 도전을 해야 이겨낼 수 있다. 젊을 때일수록 그 도전은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로 미래로 향한 우리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그들이 고장 난 리프트 앞에서도 만리장성에 오를 수 있도록, 경비행기 안에서 힘들게 멀미를 참아가며 그랜드캐니언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넓은 세상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보자. 우리의 귀한 꿈나무 학생들이 자유자재로 그들의 꿈을 로딩하고 스트레스를 디로딩하며 무한도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북돋우자. 그간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로딩에만 급급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상황에서 먼 길을 향해 걷고 있는 우리, 지금 이 순간, 함께(또는 홀로) 디로딩을 즐겨보지 않겠는가!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