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명예기자 단상] 곰 같은 아들의 여인

  • 2021-07-26 19:34:55
  • 정영미
  • 조회수 : 884
4월의 어느 날, 곰 같은 아들이 뜬금없이 여자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서 곰은 미련해서가 아니라 듬직하고 믿음직해서 부르는 아들의 애칭이다.
아들은 며칠 후에 인사드리러 올 테니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했다. 남편의 표정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온다는 날이 남아 있음에도 들떠서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바쁘다. 진정하라고 말하는 나 역시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마침내 온다는 날이 되었고 현관문을 열자 환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곰의 여친. 키가 훌쩍 크고 체격이 제법 있는데 눈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배고플까봐 식사를 시작했는데 맛있다면서 잘도 먹어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꽤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곰도 여친 집에 인사드리러 가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상견례를 하게 되었는데 부모님을 뵈니 그 아이의 심성을 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댁에서도 우리 곰이를 예쁘게 보고 계셨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로 후덕하고 생각도, 행동도 아주 멋진 분들이셨다. 서로의 생각이 같았으므로 결혼식 날을 잡았다.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지만 무슨 일이든 의논해주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특히 우리 곰의 꼭 다문 입을 열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혼사를 앞둔 부모들이 다 그렇듯이 우리 부부 역시 둘이서 잘 살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 변하지 않고 어른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댁이 싫어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라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딸이 없는 우리 부부에게 다가온 곰이의 여인을 딸처럼 귀하게 여기고 싶다. 환아, 희야! 한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늘 기도할게. 사랑해.
김현주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