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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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김도우(2019년 4월)

  • 2019-05-01 11:24:04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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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행복열차를 타고 가노라면

 

김도우 / 문인·희망북구 편집위원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행복이란 자신의 삶 전체를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관조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이며 스스로 자각하여 세상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작은 즐거움도 자신을 긍정할 때 행복으로 찾아온다.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삶의 기술을 음미하기라고 한다. 음미하기란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을 의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가 유명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인용되기 시작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단어는 이 음미하기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꼴찌, 자살률은 일등이다. 행복이라는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기 위해 불행이라는 대가를 치러야하는 사회적 수순이다. 소확행이라는 말도 우리 사회가 낳은 삶의 현상이다.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좌절감 속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감이라도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아침햇살에 솔솔 부는 바람소리, 촉촉이 젖은 새벽길을 거니는 기분, 겨울밤 따끈한 이불속에서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을 때의 느낌, 소소하게 음미할 것들은 이처럼 우리 일상 곳곳에 있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가 없다.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같이 어우러질 때, 안전한 행복감을 맛볼 수가 있다. 지금 진주 방화사건과 마약사건, 동영상 유출사건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사회적 문제들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소외감, 쾌락을 향한 어긋난 행위들이 정신적 폐해를 확산시켰다.

 

가진 것에 대한 만족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족함에 더 가치기준을 두는 일이다.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에서 불행은 깃든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행복에 대한 유연하고 확장된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칸트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도덕적 인격이 선행되어야한다고 하였다. 덕은 행복할만한 품격을 갖추는 것으로 우리가 최상으로 소망하는 것이지만 행복이 추가로 덧붙여져야 완성된 선이라고 하였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삶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방식을 발견하고 자신의 것으로 익혀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요즘 청춘들은 미래를 위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의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약하기 그지없었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래서 행복감은 일시적이고 익숙함이 늘 행복감을 빠른 시간 내에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들이기에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삶의 과정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은 우리 생각과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가지고 있는 것을 감사하기보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탐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신을 뒤돌아보며 이웃을 생각할 때, 행복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행복이란 향수와도 같아 자신에게 먼저 뿌리지 않고서는 남에게 향기를 뿌릴 수가 없다는 말처럼 인생의 행복열차를 타고 가노라면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듯 마음이 따뜻해질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