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이동

독자글 -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 2019-05-24 10:15:12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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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친정 엄마는 우리 자매들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았다. 나도 애써 하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의 가사노동을 덜어보려는 노력을 한 적 없었던 이기적인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과 공유해야 하는 시간 때문에 갈등을 했다. 직장을 구한 다음에는 늦은 퇴근을 하게 되었기에 아이들의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때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7,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4년인 올해 1월 말에 오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가끔 아버지를 뵈러 가긴 하였으나 친정을 찾는 일이 드물었는데 오빠마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엄마와 할머니,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추억으로 바뀌지 않았으며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던 일 모두가 지워지지 않을 후회로 남을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는 나와 같은 전철을 밟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화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너희 때문에 내가 뭔가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희 덕분에 나의 소중함을 알았다.” “너희 둘과 오래 있으려고 나는 내 건강을 챙기고 있으며 너희들의 밥을 해주며 나도 같이 잘 먹으니 만족스럽다.” “같이 즐겁기 위해서는 내가 행복해야 하므로 심야 영화를 보고 오겠으며 여행을 가겠다라고. 그러면 내가 세상을 떠난 후 아이들이 감정의 빚을 지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상을 보이시던 아버지가 얼마 전에 가족 모두 회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자매들이 회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보았다. 그때 동생과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갖고 아버지를 뵈러 가자는 약속도 했다.

우리는 항상 준비해 놓고 부르던 엄마가 없는 시간을 받아들이며 가족애로 돈독해지고 있으며 나는 57세에 비로소 늦은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김미정 / 희망북구 명예기자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