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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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 풍경, 나눔으로 빛나는 부산

  • 2020-08-01 14:28:16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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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덕 /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동네 꼬마의 마스크가 참 화려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는 아이를 위한 엄마 아빠의 노력의 결과물이리라 짐작한다. 아이 맞춤형 마스크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했다. 앞으로 그 아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론 각종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식구(食口)’라는 말의 뜻처럼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사람 사는 정이라던 우리의 인식을 바꾸었고, 각자 따로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 시간을 달리하여 먹거나 같이 먹더라도 마주보고 앉지 않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혹자들은 사람 사는 풍경이 삭막해졌다”, “개인주의가 더 심화되었다며 염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도 바꾸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지난 2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증가하면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특별모금을 진행하였다. 대기업과 연예인들이 앞 다투어 기부를 시작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난 이들은 역시나 일반 시민들이었다.

손수 만든 마스크를 기부한 80대 노인, 그동안 모은 동전과 지폐를 기부하며 코로나로 힘든 이들을 돕고 싶다는 수급자분, 음식 값 대신 마스크를 받아서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이들에게 전해달라며 기부해주신 사장님 등 많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일생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돕고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주야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산에서 58억여 원의 성금이 모였다. 이는 대구, 경북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로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는 부산시민들의 빛나는 이웃사랑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의 나눔 전통은 6·25 때로 거슬러간다. 피란민들이 매일매일 몰려들었는데도 그 수많은 사람들을 부산이 모두 품었다. 그 흔적은 부산 특유의 거주형태로도 남았고 부산의 대표먹거리에도 남아있다. 북구의 대표 먹거리인 구포국수 역시 6·25 피란민들의 허기와 아픔을 달래주던 음식이다. 지난 5, 피란민의 아들이 사비를 털어 지역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여 이런 부산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따뜻한 나눔은 앞으로도 부산시민의 DNA로 면면히 이어질 것이며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일상이 될 수도 있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마냥 슬퍼하지 않고 희망적으로 바라보아도 될 이유이다.

언택트(untack)시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온택트(ontact)시대로 전환되고 포스터(post) 코로나에 앞서 위드(with) 코로나를 고민하고 슬기롭게 준비한다면 현재 우리의 삶은 물론 우리 아이들의 삶에도 낯설지만 빛나는 희망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철주야 치료를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들,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열심히 애쓴 공무원들, 사회복지현장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들, 불황 속에서 코로나19로 경영 악화가 더 심화되었음도 불구하고 나눔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부산지역 기업과 공기업, 단체 그리고 십시일반 기부에 동참해주신 부산시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부산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온정과, 남이 아닌 우리로서 희생하고 양보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모여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더 단단해져 나눔으로 하나 되는 부산이 되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6·25피란민의 아들이 부산시민들의 따뜻함에 대해 말하는 광고 문구로 글을 맺고자 한다.

“6·25때 부산에 피란 가셔서 결혼하셨던 저의 함경도 출신 선친과 서울 출신 어머니가 몇 번이나 하셨던 말씀은 그 때 부산 사람들 아니었으면 피란민들 다 얼어 죽고 굶어 죽었다. 자신들도 어려운 형편에서 대한민국 어디 사람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였습니다. 자식으로서 부산 시민분들과 그 후손에게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