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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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자치구 명칭과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

  • 2019-09-30 11:49:43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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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호 / 북구지역사회보장대표협의체 공동위원장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호칭이나 별명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을 잘 표현하는 상징이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좌우한다는 사상이 한국 사회에 깊이 박혀 있다. 그 만큼 사람의 이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이름을 갖고 있다. 한국에는 243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고유한 행정명칭을 사용한다. 자의든 타의든 붙여진 명칭이다. 자치단체는 행정적 편의성 뿐만 아니라 전래해온 역사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가장 최적화된 명칭을 붙인다. 사람의 이름을 짓고 붙이는 것도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듯이,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을 새로 정하거나 변경하는 것도 지방의회의 의결과 법률제정 절차 등이 수반된다.

단어는 스스로 정결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매화, 대나무, 소나무 등은 단어 그 자체가 품기는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 단어 그 자체에 향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결한 단어는 스스로 향기를 풍기기 때문에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기분이 좋다. 반면 그러하지 못한 단어는 그 자체가 고통이고 불편함이 따른다. 가령 쓰레기’, ‘폐기물’, ‘하수도와 같은 단어가 여기에 해당된다.

공자는 정명’(正名)을 통해서 그것의 중요성을 이미 강조했다. 공자의 정명사상은 <논어> 자로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로가 공자에게 위나라의 군주가 선생님을 모시고 정사를 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공자는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겠다라고 대답하였다.

정명사상(正明思想)’은 그 이름을, 명칭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가장 본질이라 하였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정치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정명사상은 모든 행정이나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시작이다.

현재 부산시에는 16개의 구·군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명칭은 동래, 금정, 기장, 해운대와 같이 고유의 행정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중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는 그야말로 동서남북 방위에 초점을 둔 명칭이다. 지명은 특정 공간을 다른 공간과 구별하기 위해 공간에 부여된 이름인데 그러한 기초적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7개 광역시도에서 방위지명을 사용하는 곳은 약 43.2%. 서울 28.0%, 인천 30%, 부산 37.3%, 대전 60%, 대구 62.5%, 광주·울산 80% 순이다. 다른 광역시인데도 동구 6, ·중구 각 5, ·북구 각 4곳 등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방위지명은 다른 자치구의 명칭과 쉽게 구별되지 않고, 위치적으로 방위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의 특색을 담아내지 못해 경쟁력과 변별력이 없다.

부산시청 야외주차장과 공원 사이에는 동서남북 방위표가 있다. 이 방위표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우리 북구청의 위치는 북쪽이 아니라 북과 서의 사이에 있다. 부산시청이 연제구로 이전하기 이전에 중구에 위치할 때는 현재의 북구 위치가 어느 정도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교통의 발달로 더 이상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기 지역에 맞는 명칭을 사용하여 자치단체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나타내고, 주민을 통합해야 한다.

도시의 이름이 곧 브랜드인 시대에 방위지명은 도시정부의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이점을 찾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의 상징성이나 구체성, 인지·인식·이해를 하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명칭 변경에 따른 소요 예산과 명칭 변경 이후 지역의 인지도 제고, 주민의 자부심 등 유형·무형의 경제적 편익과 가치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옛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4년이 되어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상태에서 꼭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주민의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한 지방자치제도를 설계한 목적에 부합되는 노력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