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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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리고 인간애

  • 2020-11-03 13:52:36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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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식 / 부산폴리텍대학 학장

 

비행기, 우주선, 자동차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과학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들은 전쟁에서 인간을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해 만든 기술에서 유래되었다. 여기 전쟁만큼 두려운 코로나가 있다. 지금껏 치렀던 어느 바이러스 전쟁보다 치명적이고, 생명력마저 모질게 길다. 호흡을 통해 전파되는 까닭에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 잔인한 질병이 휩쓸고 간 후 인류는 어떠한 기술적 진보가 가능한 것일까?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며 경제, 사회의 변화를 주장할 때 그 밑바탕을 이루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그동안 선진국이라고 여겨왔던 미국과 유럽 국가는 우리나라보다 수천 배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사태 초기에 코로나 파티라고 부르며, 그저 감기 수준으로 여겼던 그들의 안일한 대처를 보았다. 이는 국민의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으며 제대로 된 재난대응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국가는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속수무책이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반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며, 불편하지만 비대면 상황을 감내한 한국은 세계가 K방역이라고 부를 정도로 높은 방역성과를 보였다.

더불어 한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가 추진하는 비대면 기술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코로나 시대가 낳은 최고의 기술적 진보는 비대면기술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사람을 직접 마주 보지 않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터넷을 카메라에 연결한 화상회의, 온라인 강의, 인터넷 온라인 구매, 차에 탄 채 음식 등을 구매하는 드라이브스루, 온라인 전화 상담 판매, 차에 탄 채 숙박할 방을 정하고 카드로 계산하고 자고 나오는 무인 호텔, 심지어 현관 대문 앞에 택배물과 주문 음식을 배달하도록 하는 것도 일상화된 비대면 접촉 문화라 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기존의 비대면 접촉 문화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적용되어 이루어질 것이다. 그중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로봇(robot), 5G 통신기술이 비대면 접촉을 가능하게 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것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고 지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이다. 인공지능기술은 다양한 다른 분야의 기술과 결합하여 인간을 대체하거나 높은 생산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사물인터넷, 자동차기술과 결합하여 운전자 없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가서 주차하고 스스로 고장을 진단하고 가까운 정비소로 이동하여 정비할 수 있게 되며 주차나 교통체증 고민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하면서 개인의 업무나 여가생활을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술은 인류가 축적해온 다양한 데이터(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인공지능과 의학 정보 그리고 로봇기술이 결합하게 되면 로봇수술, 온라인 진단과 처방 등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반에 펼쳐진 비대면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 했지만 또 다른 숙제를 우리에게 준다. 바로 사라져가는 인간애다. 얼굴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던 문화는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오랜 친구와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하는 시간과 사랑하는 연인과 극장에서 손을 꼭 잡고 함께 공포영화를 보는 시간, 웃는 아이에게 입을 맞추는 사랑스러운 시간은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에게 풍요를 줄 수 있지만 메울 수 없는 인간사의 은 우리의 지혜로 채워야 하겠다. 가을이 한창인 캠퍼스에서 벤치에 떨어진 나뭇잎을 본다. 오늘도 비대면 강의로 한적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캠퍼스를 거닐며 마음으로나마 학생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그들의 건투를 빈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