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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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순국선열의 날’ 을 맞아 되새겨본 교훈

  • 2020-11-30 19:28:19
  • 문화체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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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정 / 부산지방보훈청장

 

11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순국선열의 법적 규정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헌신하던 중에 광복 전인 1945814일 이전에 목숨을 잃은 분들이다. 포괄적으로는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을 통칭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북구에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가 있다. 바로 구포장터를 중심으로 한 3·1독립만세운동에 수 천 명이 참여하여 민족혼의 면모를 만방에 보여주었던 것이다.

국가기념일 등 공식행사와 공공기관·단체의 행사에서는 국민의례를 가장 먼저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순이다. 그러한 순서를 조금만 유의해 들었다면 순국선열이란 용어가 생경하지 않을 텐데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3·1이나 광복절같은 국경일과 달리 11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지정한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다. 그날은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인 1905년 매국노의 상징인 이완용을 비롯한 5명의 대신(현재로 말하면 장관)들에 의해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다. 우리의 국권이 상실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인 1910년이지만 사실상 국운이 넘어간 것은 그때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당시 서울에 소재한 미국 등 각국의 외교공관이 폐쇄된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한 쓰라린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1939년부터 이 날을 순국선열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매년 찾아오는 이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우리 민족사에는 두 가지 슬픈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일제에 의한 국권상실이 있었고 해방·광복·독립을 맞이한 지 불과 5년도 안 되어 동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렀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더라도 지금도 많은 이들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 국제연합을 결성하고 나름대로 세계 질서가 형성되면서 식민지였던 민족 등이 신생국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그러한 영향을 받아서 해방의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신생국과 달리 광복과 동시에 한반도가 두 쪽으로 나뉘는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했다.

이념적 차이와 미국·소련 등 강대국 체제 속 경쟁에서 결국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승리했으며 전후의 세계질서를 다시 한 번 요동치게 한 것이 지금부터 30년 전의 서독과 동독의 통일독일이다. 그러면서 소련도 러시아 등 15개 공화국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그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도 요지부동이다. 우리의 현재 상태에 대해 국가발전과 분단된 조국의 통일이라는 목표는 일치하는데 진단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그러한 진단은 우리 조국이 일제에 의한 국권 상실과 북한 침략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었을 때 화려한 말의 성찬으로 국민들을 잠시잠깐 호도하던 이들이 아니라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 주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보훈정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개인도 힘이 없으면 이용당하고 수모를 겪는다. 국가공동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우리가 지난 세기에 그러한 슬픈 일들을 겪은 것은 국가가 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을 키워야 한다. 그 힘은 건실한 경제력과 튼튼한 국방력, 더불어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될 때 발휘될 수 있다.

특히 정신력의 요체는 보훈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보훈정신은 바로 순국선열, 호국영령 등이 보여 주신 실천적 나라사랑을 현재 우리가 살려 나가는 것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지난 세기의 아픔은 식민지 상태나 전쟁 상태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일이 재발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영영 지워질지도 모른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이 국운이 상승하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화통일을 하려면 그 분들의 정신을 승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