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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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우리에게 향토정신은 살아 있는가

  • 1997-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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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화 웅 (MBC 부산문화방송정책기획실 부실장)

“북구는 강서구와 사상구를 분구시킨 광활한 잠재력을 가진 낙동문화권의 중심이었다.”

강원도의 태백산에서 칠백리를 굽이쳐 달려 온 낙동강이 마침내 태평양바다와 만나기 위해 몸을 다시한번 추스리는 곳이 바로 북구라고 생각한다.
이 고장 곳곳에 숨은 듯이 흩어져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금곡동 율리패총과 화명·덕천동 고분군)과 가야시대로부터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이곳이 담당해 온 역사적 역할, 그리고 부산 개항 이후 한 세기가 넘도록 한반도의 남쪽관문으로서 근대 역사를 일구어 온 역할은 엄청난 것이었다.
금정산과 운수산, 구덕산과 승학산을 경계로 부산의 동쪽은 옛 동래군 동래읍과 서면·사하면이 자리잡고 서부산권은 옛 동래군 구포읍과 사상면을 비롯해서 하단에 이르는 낙동강 하구가 질펀하게 자리잡았다.
동부산권의 중심인 동래는 전통보수적인 고장이요, 서부산권의 중심인 구포는 개화진취적인 고장인 셈이다.
동래가 오래전부터 부산의 옛 중심지로 자리잡았다면 구포는 지난 1963년부터 새로운 부산땅이되어 신개척지로서 북구의 중심이 되었다. 동래가 동부산권의 전통적인 문화권의 중심이라면 북구는 강서구와 사상구를 분구시킨 광활한 잠재력을 가진 낙동문화권의 중심이었다.
북구에 사는 주민들에게 있어서 목숨을 준 땅의 역사와 삶터를 제공해 온 곳의 전통과 뿌리를 재인식함으로써 지구촌시대에 내고장을 알고 찾으며 가꾸는 향토정신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다.
통신기술과 교통수단의 급격한 발달로 지구가 하나의 촌락으로 여겨질 만큼 가깝고 좁아져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게적인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신석기시대 이후 조상대대로 살아 온 고장, 또 우리가 살아가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고장을 과연 누가 지키고 가꿀 것인가?
신작로가 나고 터널과 다리가 건설되며 아파트단지와 공장이 서는 등 겉으로 나타난 개발사업 못지않게 향토의 뿌리를 캐고 지키려는 향토정신과 시민운동은 더 중요한 것이다.
북구청과 낙동향토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조상의 얼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전시하기 위해 출토유물 사진전시회를 열고 민속생활용품과 자료를 수집하는 일과 북구역사관을 개설하기로 한 일이며 부산전문대학 민속박물관을 비롯한 명덕초등학교와 구포초등학교의 역사관이 문화유산강좌와 전시회를 통해 구민들에게 향토정신을 북돋우고 서당이 중심이되어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일 등 다른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들이 한창 전개되고 있다. 이와함께 동서남북으로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붙여놓은 행정구역의 지명을 지역의 문화전통과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고 지역주민의 자존심에 걸맞는 향토의 옛이름을 찾고자하는 구민들의 움직임과 목소리가 신선한 충격을 주는가하면 지방자치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올해로 다섯번째 열린 낙동민속예술제를 통해 조선시대때 낙동강 3대 나루터의 하나로 꼽혔던 구포남창 나루터에 넘쳐 흘렀던 뱃사공과 장꾼들의 타령을 오늘에 되살려 이 깡마르고 인정없는 생활속에 따뜻한 향토지킴이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넉넉함을 불어넣어야 할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있어서 진정한 향토정신이야말로 가장 값진 지역사회 개발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북구는 한반도의 관문, 부산의 미래로서 제이름을 되찾고 제역할을 다함으로써 이 고장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구민의 긍지를 되살려 지역발전 전략 또한 주민들 힘으로 마련 됐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최종수정일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