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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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광복 52주년을 맞이하여”

  • 1997-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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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학 유 / 동아대인문대국민윤리학과 교수, 법학박사, 부산국민윤리학 회장

국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위하며 세계속에 국위를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

52년전 오늘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긴박한 일제의 식민지 생활에서 우리 민족이 해방된 날이다.
이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 선조들은 만주를 비롯한 중국, 미국 등 세계 각처에서 민족해방을 위한 무장투쟁과 외교활동 등의 독립운동을 전개하였으며, 국내에서도 3·1운동, 6·10운동, 신간회운동 등을 비롯한 끊임없는 끈질긴 독립운동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뜻에서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에게는 커다란 기쁨과 환희의 날이었다. 그러나 해방은 기쁨과 더불어 또 하나의 크나큰 비극을 가져왔다. 1945년 국토분단, 1948년 정부분단, 1950년 민족분단이 그것이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분단의 비극을 해소하고, 국민 각자의 생활이 자유롭고, 국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위하며 세계속에 국위를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광복 52주년을 맞아 일제의 식민통치를 재음미해보고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어떤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식민통치에는 직접통치와 간접통치의 형태가 있다. 일본은 직접통치형태와 군사력에 의한 강압적인 식민정책을 실시하였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였으며, 선거권, 피선거권 등 법적권리는 아예없이 오직 의무만을 강요하고, 식량,자원,노동력,토지 등 경제수탈을 극대화하였다. 이러한 일제의 대한반도 식민통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민족말살과 민족문화말살정책을 통하여 국가와 종족의 완전한 절멸이었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인류역사상 흔적도 없도록.” “한반도를 九州(큐우슈우)와 四國(시코꾸)에 이르도록”하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민족정신과 혼을 말살시키려는 의도로 한국어, 한국사교육 사용금지, 역사왜곡, 문화재훼손과 찬탈을 하였으며, 열등의식을 조장하였다. 내선일체라는 허울아래 신사참배, 창씨개명, 황국신민화운동을 강요했으며, 강제징용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강제징병으로, 정신대로 수많은 인명을 희생하게 하였다. 이처럼 잔혹한 식민통치 방식은 민족의 저항심마저 약화시켰었다. 일제의 만행을 새삼 기술한 것은 배일감정을 부추기기 위함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해서 미래 창조의 기틀을 세우고자 함이다. 백암 박은식님은 “국가는 형체이고, 역사는 혼”이라 했다. 광복 52주년 21세기가 전개되려는 이 시점에서 역사인식의 정립을 위하여 몇가지 재고해야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 역사의 장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한 장의 역사가 끝날 즈음에는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여 잘못된 역사는 바로 잡아서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제 36년간 친일행위로 민족을 배반하고, 그 대가로 부와 권력을 누렸고, 해방 이후 오늘까지 교묘히 죄상을 감춘채 사회지도자로 군림하는 자들이 있다, 프랑스는 2차대전이 끝난 후 독일 점령하에서 나치에 협력한 자를 처벌하였다. 공직자만도 48,000명을 추방하였고, 381명을 사형에 처함으로써 민족을 배신한 자들을 응징하였다. 90년대 초에는 일흔이 넘은 나치협력자를 검거하여 법정에서 재판받도록 함으로써 역사의 교훈을 남겼다. 정신대원으로 인생이 파괴된 산증인들이 두눈을 뜬 채 생존해 있고, 아직도 간도 대학살, 동경대학살, 731부대의 가공할 만행이 우리의 기억을 되뇌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생존해있는 친일민족배반자들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국민적 수치이다.
둘째, 국민의식의 재정립 문제이다. 일본은 2차대전의 전범국으로 구제적 응징을 받기는커녕 전후 재부흥·재무장으로 정치대국,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세계사의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과오를 뉘우치거나 사죄하기는커녕 힘의 우위를 빌어 새로운 영토침해를 시도하고 있다. 해양주권선의 임의적 주장과 독도 소유권분쟁 등이 그것이다. 뿐만아니라 발전된 산업기술과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각종 상품과 저질의 문화를 우리나라에 상륙시키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대한민국에는 식민지를 경험한 세대는 극소수이다. 6·25 체험세대도 전체 인구의 1/3에 못미친다. 허울좋은 세계화속에 과거를 함몰해 버리는 무사안일, 편리주의, 적당주의가 팽배한 이 땅에 이 시간에도 저질 일본 문화의 피해는 청소년에서 장년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다.
끝으로 통일대업의 성취만이 민족광복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다. 남북분단의 제1주역은 일본이다. 식민지배가 없었더라면 우리 민족이 분단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우리의 통일을 내심으로 원하지 않는다. 통일된 한국의 강대화에 대한 두려움과 역사적인 과오에 대한 책임회피로 교묘한 외교정책과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군사비지출 세계2위의 군사대국이며, 정치지도자들의 잇따른신사참배로 신군국주의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광복 52주년. 이제 우리는 역사의 실체를 재인식하여 다가오는 새역사를 설계하는데 착오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을 사는 모든 세대는 민족사의 대장정을 올바르게 이어가기 위하여 냉철한 가치의식으로 옷깃을 여며야 할 것이다.

최종수정일2020-11-20